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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지하실

백작하녀 2009. 4. 18. 03:08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69화. 지하실

아는 사람의 친구 집이 상당히 오래되어서
새로 지으려고 전체를 철거했을 때 이야기다.

그 집 부엌에는 지하실이 있었다.
그 지하실은 원래 있었던 것인데
지하실이라기보다 채소 절임이나 된장 등을 보존하거나
창고 대용으로 사용하는, 그다지 크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공사를 맡은 업자가 묘한 연락을 했다.

"공사를 하는데 지하실 5~6미터 밑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파 보니까 지하실이 하나 더 있는데요……. "

'그런 게 우리집에 있었던가? '
현장에 가 봤더니 정말 부엌 지하에 있었던 창고 밑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손전등으로 구멍 안을 비춰보니 과연 틀림없는 방이었다.

다다미가 2장 깔린 작은 방이었는데
너덜너덜하게 썩은 흰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 방 안에 내려가자, 4면의 벽은 회반죽이 발라져 있었고
천장은 나무 판자로 되어 있었다.
입구도 창문도 아무것도 없는 밀실.
그것이 지하실에서 5~6미터 밑에 계속 존재했던 것이다.

"언제부터 이런 게 있었을까? "
아버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애초에 철거한 집 자체가,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던 낡은 집이었다.

그 지하방은 집을 짓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00년도 더 전부터 그 지하실은 아무도 모르는 채로
조용히 암흑 속에 있었다는 것이 된다.

도대체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어떻게 그 방을 만든 것인가.
그 방 벽에 회반죽을 칠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나왔을까.
아마도 벽을 다 칠하고 위로 나와서 나무 판자로 천장을 올리고 흙으로 묻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방을 언제 사용할 생각이었을까.
그리고 조상들은 정말로 그 방을 몰랐던 것일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없는 그 방의 네 벽에 붉은색으로
직경 40센티미터 정도의 일장기 같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그 방이 존재하는 의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 방도 철거했다고 한다.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요? "
그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벽에 그려져 있었다는 붉은색 원이
그 지하 밀실과 외부, 혹은 어떠한 공간을 잇는
창문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일장기같은 원을 그리기 위해 그런 방을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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