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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11화. 도리이(鳥居) 위의 괴이(怪異)

몇 년인지 전에 어느 가을 축제날 해질녘,
신사(神社) 경내에는 노점상이 처마를 나란히 하여 늘어섰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경내에서 B군이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둘 다 땅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B군의 시점에서는 친구 옆에 높이 2미터 정도 되는
작은 빨강색 도리이*가 보였고
(*도리이(鳥居, torii) : 신사 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
친구 시점에서는 B군 옆에 우물이 보였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그 친구가
"앗!" 하고 뭔가에 놀라
피우던 담배를 툭 떨어뜨리고 갑자기 일어났다.

"왜 그래? "
"지금 도리이 중간에 머리가 없는 여자같은 게 떨어졌어. "

기분나쁜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하려던 바로 그 때,
B군은 친구 등 뒤에 보이는 도리이 위에
눈을 감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얼굴이 이쪽을 향해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얼굴 반쪽이 뭉개지고, 나머지 반은 피부가 흰 미인이었다.

'이건 환상인가? '
라고 생각하며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려는 순간,
그 여자가 눈을 번쩍 뜨고 B군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주위의 잡음과 노점상들이 장사하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자기 자신만 그 자리에 우두커니 남겨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B군은 도리이 위에 있는 여자의 눈 앞에서 얼굴을 돌릴 수가 없었다.
여자는 B군을 계속 보면서 도리이 위를 스윽― 하고 평행이동하며
점점 머리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나 눈은 여전히 B군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 얼굴은 완전히 옆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역시나 곁눈질로 비웃듯이 B군을 보고 있었다.

도리이 끝까지 이동해서는 다시 B군을 정면으로 보면서
도리이 중앙으로 스―윽 되돌아갔다.
등에 얼음이 닿은 듯한 오한이 퍼졌다.

"으아악! "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자, 멀리서부터 아득하게
다시 장사하는 소리와 사람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소리가 커지는 것과 함께 여자 얼굴도 슥― 사라졌다.

얼마 안 있어서 사람들과 자기 정면에 서 있는 친구가 시야에 들어왔고
원래대로 축제가 열리는 신사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B군은 그 신사에는 한 발짝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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