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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19화. 옆자리

같은 터널에서 생긴 일이다.

예전에 여류 만담가였던 M씨가 오사카 난바(難波) 방면으로 가는 전차를 타고 있었다.
밤도 깊었고, 전차 승객은 드문드문했다고 한다.

전차가 터널에 들어갔을 때, 슬리퍼를 신은 중년 회사원이
털퍽털퍽 소리를 내며 뒤칸에서 M씨가 탄 칸으로 왔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회색 양복이 잘 어울리는 7대3 가르마의 신사였다.
그런데도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아하, 이 사람 술이 취했구나. '
M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디 요릿집이나 선술집에서 한 잔 하고 취해서
슬리퍼를 신은 채로 전차에 탔을 거라고.

하지만 슬리퍼 아저씨의 걸음걸이는 의외로 멀쩡했고
털퍽털퍽 소리를 내면서 M씨 쪽으로 더 다가왔다.

'어디 앉든지 상관없지만 내 옆에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런 나쁜 예감이 든 순간, 그 남자가 M씨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M씨에게 몸을 찰싹 붙이는 것이었다.

'빈 자리는 여기저기 널렸는데 왜 하필 내 옆에! '
짜증이 난 M씨는
'이 인간,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나 보자' 하고 맞은편 차창을 봤다.

터널 안이라서 전차 안의 풍경이 그 유리에 깨끗하게 비치고 있었다.
M씨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옆에 앉은 남자의 모습이 없었다.
M씨의 옆자리는 빈 자리였던 것이다.

'엥? '
곁눈질로 옆자리 남자를 봤지만
회색 양복을 입은 남자는 분명히 옆에 앉아 있었고
딱 붙은 뜨뜻한 신체의 감촉도 느껴졌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자, 슬리퍼와 남색 양말을 신은 발이 틀림없이 거기 있었다.

M씨는 한번 더 맞은편 차창을 보았다.
역시나 M씨의 모습은 비치지만 옆자리에 있어야 할 남자가 비치지 않았다.
'엑, 어떻게 된 거지? '
그런 생각을 하는데 옆자리 남자가 불쑥 일어나서
다시 털퍽털퍽 슬리퍼 소리를 내면서 앞칸을 향해 걸어갔고
이윽고 그 남자의 모습이 앞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전차가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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