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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24화. 방문자

대학생 B군은, 묘지에 들어가서 묘비를 옮겨놓는
몹쓸 버릇이 있는 남자였다.

그날도 낯선 묘지에 숨어들어가서 묘비를 질질 끌어다가 옮기는데
그 순간, 눈 앞이 캄캄해졌다.
지면이 푹 꺼져서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바닥에는 사람 뼈가 있었다.
그 묘지는 토장(土葬)이었는지…….
(※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화장을 해서 유골을 묻는다.)

그날 밤부터 묘한 일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전 2시쯤, B군은 2층에 있는 방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이 철컥철컥철컥 하고 열리더니
쿵, 덜컹덜컹 하는 소리가 났다.

부모님은 벌써 잠드셨을 시간이다.
그럼 도둑인가? 하는 생각에 야구방망이를 한 손에 들고
계단을 쿵쿵쿵 내려갔다.

그런데 현관에서 나던 소리가 끊기고 인기척도 없고,
불도 꺼놓았던 상태 그대로였다.
이상해서 현관문을 확인해 봤지만 집 안쪽에서 단단히 잠겨 있었다.

아침에 부모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지만
밤에 안방에서 나온 기억은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었을 때, 똑같은 일이 생겼다.

전날처럼 밤 2시경, 현관문이 철컥철컥철컥 열리고
쿵.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내려가 보면 역시나 아무도 없다.

4, 5일 동안 이런 일이 이어져서
이번에는 현관 안에서 미리 진을 치고 기다리다가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B군이 2층에 있으면
역시 무엇인가가 현관으로 들어와서 현관 입구에서 소리를 낸다.
그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
처음에는 현관 입구에서만 소리가 났는데
복도로, 계단으로, 조금씩 B군 방에 가까워지면서
형체 없는 소리만 돌아다니게 되었다.

묘비를 움직일 만큼 대담한 B군도
이건 유령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밤 2시가 넘어서 덜컥덜컥 하고 현관문이 열렸다.
'또 왔어! '

쿵, 쿵, 쿵……
오늘 밤에는 계단을 올라온다.

'오, 올라온다! '
퍼뜩 방문을 보니, 문이 열려 있다.
'으앗, 어떡하지'
당황해서 문을 잠그러 갔을 때, B군은
계단을 올라오는 것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파란 체크무늬 잠옷을 입은, 머리가 없는 남자.

그것이 흔들흔들흔들 올라온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못 내고 그저 얼어붙은 B군의 바로 앞에 와서는
그대로 휙 돌아서 등을 돌리고 쿵, 쿵, 쿵…… 하며
이번에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관의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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