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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0화. 순례자

노세(能勢)에 묘켄잔(妙見山)이라는 산이 있다.
(※노세 : 오사카부 토요노군 노세쵸 大阪府豊能郡能勢町 오사카부 최북단)

예로부터 영묘(霊妙)하고 불가사의한 현상이 나타나는 산으로 숭상받는 곳이다.
이곳은 일련종(日蓮宗) 불교의 성산(聖山)이지만
옛날에는 북두칠성을 모시는 은둔 기독교도※들이 숨어 살던 산이다.
(※원문은 北斗信仰の隠れキリシタン.
에도 막부의 기독교 금지령으로 기독교 신자들이 산 속에 숨어 살면서
일본 토속신앙과 기독교가 결합된 독특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이 산에는 여러 가지 역사배경이 있는 만큼,
기묘한 소문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소문이 아니라 묘켄잔 입구로 가는
사철(私鉄 : 민영 철도) 전차에서 일했던 사람의 체험담이다.

막차가 종점인 묘켄잔 입구에 도착했다.
승객이 모두 내린 것을 분명히 확인했는데도
어느샌가 순례자 차림의 단체가 타고 있었다.

그 승객들은 좌석에 앉아서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종점이에요" 라고 말을 걸자,
순례자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일제히 얼굴을 들었다.
기묘하게도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오타후쿠(1) 가면, 횻토코(2) 가면, 한냐(3) 가면, 오키나(4) 가면…….
그 가면을 쓴 사람들이 줄지어 아무 말 없이 역을 나가
묘켄잔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암흑 속에서 산에 들어가면서 불빛 하나 없이
그대로 그들은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은 그 순례자 단체를 몇 번이나 봤고
그 사람의 동료들도 목격했다고 한다.



※ 1. 오타후쿠(お多福) : 오카메(おかめ)라고도 한다.
둥근 얼굴에 이마와 광대뼈가 나오고 코가 납작한 여자, 또는 그런 가면.

2. 횻토코(ひょっとこ) : 한쪽 눈이 작고 입이 삐죽 나온 우스꽝스러운 남자의 탈.
또는 그 탈을 쓴 어릿광대.

3. 한냐(般若) : 두 개의 뿔이 달린 귀녀(鬼女)의 탈.

4. 오키나(翁) : 옹, 늙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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