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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7화. 둘이서만
10년쯤 된 이야기다.
M코 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네 살 아래인 K양이라는 여자애가 있었다.
K양은 M코 씨 할머니가 아는 분의 손녀였다고 한다.
어느날 M코 씨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그 K양이 집에 와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이다,
당분간 우리집에서 맡아서 돌봐주기로 했으니까
같이 놀아 주려무나. "
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K양은 그 동안, 할머니의 앞치마 자락을 꼭 움켜쥐고서는
할머니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째 좀 어두운 애다. '
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불량식품 과자 가게를 하고 있어서
항상 K양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M코 씨가 K양과 놀아주게 되었다.
그러자 K양은 이번에는 M코 씨의 옷자락을 잡고 계속 달라붙어 있었다.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
라고 하며 일어나도 화장실까지 따라왔다.
"화장실에는 둘이 같이 못 들어가. "
라고 말하고 K양을 혼자 놔두면
엄청난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이상한 애야……. "
M코 씨도 난처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밤이 되자 M코 씨의 어머니가 돌아왔다.
어머니가 부엌일을 시작하자,
K양은 M코 씨 어머니의 앞치마에 매달렸다.
M코 씨는 결국 어린 마음에 질투가 나서
"너 뭐하는 짓이야? 우리 엄마란 말이야. 너희 엄마가 아니라고! "
라며 K양을 구박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K양은 떨어지지 않았다.
3일 정도 되었을 때 M코 씨의 어머니가
"있잖아, 사실은 K네 엄마는 돌아가셨어.
얼마나 불쌍하니? 그러니까 괴롭히면 안된다. "
라고 처음으로 사정 이야기를 하셨다.
듣자하니 K양의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아버지가 바쁘다 보니 장례식이다 뭐다 해서
K양의 할머니가 쫓아다니시게 되었고
그래서 그동안 K양을 맡아서 보살펴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K양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M코 씨는 우연히
어머니와 할머니의 대화를 듣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런 이야기였다.
"어머니, 사실은요. 오늘 K가 너무 딱 붙어갖고 안 떨어져서
'왜 그렇게 사람을 붙잡고 늘어지니? 혼자서도 놀 수 있잖아. '
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K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면서
'내 옆에 까만 사람이 있단 말이야.' 이러는 거예요…….
저 좀 무서워요……. "
……K양의 어머니는 분신자살을 한 것이었다.
K양이 말한 '까만 사람'은 아마도 자기 어머니일 것이다.
딸에게 미련을 품고 떨어지지 않는 엄마.
K양은 언제나 바로 옆에 그 검은 사람이 있어서
그게 겁이 났던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 곁에 붙어있지 않으면 그 '까만 사람'과
단 '둘이서만' 있게 된다…….
그것이 견디기 힘든 공포였을 것이다.
그리고 설마 그 검은 사람이 새까맣게 타버린 자기 엄마라고는
K양은 꿈에도 모르는 것이었다.
"아직 초칠일※도 안 지났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저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
(※ 초칠일(初七日) : 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
또는 그 날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
M코 씨의 어머니는 할머니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M코 씨도 그게 너무 무서워서
이튿날부터는 친구들을 불러다가 여럿이서 K양과 놀게 되었다.
"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 "
라고 K양에게 물어보면
"있어." 라고 한다.
"어디? "
"여기. "
그러면서 자기 바로 옆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M코 씨와 친구들은 그게 보이지 않았지만
K양은 계속 그런 상태로 49일 동안 지내다가 자기 집에 돌아갔다.
이듬해, K양은 M코 씨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동일인물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K양의 친척도 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굿을 했다고 한다.
링크 : TV시리즈 '괴담 신미미부쿠로' 영상 보기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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