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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3화. 하얀 찻집
친구 U군이 도쿄의 아사가야(阿佐ヶ谷)에서 이상한 찻집에 갔다고 한다.
저녁 퇴근길에 상점가를 걸어가다 보니
딱히 별 생각 없이 무심코 상점가 옆골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자, 제법 맵시있는 낯선 찻집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들어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찻집 문을 열었다.
찻집 내부는 흰 페인트를 칠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
카운터에는 콧수염을 기른 백발의 마스터가 있었다.
마스터가 타 준 커피는 각별히 맛있었지만
다른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서 손님은 계속 U군 혼자였다고 한다.
마스터와 U군은 별 내용 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오랫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에 퇴직해서야 겨우
이런 가게를 가지게 되었다고 그 마스터는 감격스레 말했다고 한다.
또, 커피를 탈 때 마스터의 표정에도
커피에 대한 애정같은 것이 왠지 모르게 전해져 왔다고 한다.
그날은 찻집에서 30분 정도 있다가 나왔는데
그 커피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다음날도 퇴근길에 그 찻집에 가려고 했지만
무심코 들어갔던 그 골목길을 다시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상점가는 항상 지나다니는 길이었는데도
전에 봤던 기억이 없는 골목길이었다.
그래도 그 부근의 골목길을 전부 헤매고 다녀 봤는데
결국 다시는 그 찻집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미미부쿠로' 첫번째 밤을 출판했을 때
독자들의 체험을 모집한 결과,
똑같은 체험을 했다는 투고가 있었다.
Y코 씨라는 플래너(planner) 여성이었다.
Y코 씨도 10년쯤 전, 일요일에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에
오사카의 요도야바시(淀屋橋)와 혼마치(本町) 사이에 있는
낯선 이자까야(居酒屋 : 선술집)에
동료와 함께 둘이서 어느샌가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 가게도 리모델링 중이었는지 아니면 새로 개업했는지
흰 페인트를 칠한 지 얼마 안된 듯 페인트 냄새가 남아 있었다.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사람 왕래가 끊긴 일요일에 가게를 연 것도 이상했고
아직 가게가 미완성인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이상한 가게라는 생각은 했다고 한다.
다른 손님도 없었고, 한참 술을 마시다가 집에 갔는데
그 가게가 마음에 걸려서 다음날에 그 동료와 함께 다시 갔지만
그런 가게는 결국 못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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