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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4화. 황혼(黄昏)

M양이라는 여자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낮 3시쯤에 어머니와 함께 장 보러 가려고 현관까지 나갔는데
어머니가 "아, 이 장바구니 작네. 더 큰 거 가져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라고 말하고 후다닥 주방에 뛰어들어갔다.

M양은 이미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그대로 집 현관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금세 엄마가 나오시겠지 하고 한동안 기다렸는데
어머니가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화장실 가셨나?
아니면 어디서 전화라도 왔나……? '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머니가 너무 늦으니까
걱정이 되어서 현관 안쪽 문을 열었다.
그러자 현관에서 이어지는 복도에
어머니가 정좌(正座)를 하고 앉아서
눈을 치켜뜨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는 두 시간이나 어디 갔었니!? "
어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디 갔냐니? 나 계속 앞에서 기다렸어. "
M양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네가 갑자기 없어져서, 엄마는 걱정돼서 여기저기 찾으러 다녔어.
친구들 집이랑 이웃에도 엄청 전화를 했고.
유괴당한 건 아닐까 하고 간이 콩알만해져서…….
찾으러 다녀도 없으니까 여기 앉아서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잖아! "
라고 어머니는 숨도 쉬지 않고 다다다다 쏘아붙였다.

M양은 처음에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아무래도 갑자기 M양이 없어지고
그대로 2시간 동안이나 완전히 행방불명이었다는 이야기 같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
그렇게 생각하며 시계를 봤더니,
3시 10분쯤 되었을 줄 알았는데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머릿속에 팟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M양은 다시 한 번 현관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저녁해가 동네를 비추고 있었다.
그때 '아, 그래서였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M양이 처음에 현관에서 바깥을 봤을 때,
뭔가 묘한 인상을 느꼈는데,
3시인데도 주위가 황혼녘같은 분위기였던 것이다.

결국 M양은 그 3시부터 5시 사이의 시간을 상실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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