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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올리신 분께 허락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주소 공개가 금지된 사이트에서 알게 된 실화인데, 원문을 전체번역해서 올립니다.
원문이 올라왔던 곳은 일본 동인활동 관련 사이트입니다.
잡담 블로그에 올렸다가 아무래도 이쪽이 맞을 듯하여 옮겨왔습니다.
괴담 신미미부쿠로도 발번역이지만 더 심한 발번역이므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

육반야(肉般若 nikuhannya) / 금년 여름 코믹마켓의 악몽입니다.
※ 역주 - 반야(般若 hannya) : 두 개의 뿔이 달린 귀녀(鬼女)의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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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7(역주:댓글번호). 2000/10/06 (금) 10:40

집까지 찾아오는 애들 이야기로 발칵 뒤집힌 상황에 죄송하지만 하소연 하나만 할게요...
이제 겨우 제 컴퓨터를 사서 여기 글을 올릴 수 있게 됐거든요.
금년(역주 : 2000년) 여름 코믹마켓의 악몽입니다. 여름코믹 전에, 카피본(역주 : 인쇄를 하지 않고 복사기로 복사하여 소량 생산하는 동인지)을 준비하는 친구를 도와주느라고 제가 집을 비웠어요. 다음날은 즐거운 코믹마켓, 원고도 끝났고 기분이 업되어 있었죠.
시간은 밤 8시쯤이었던가? 역에 내려서, 아파트와 맨션의 중간 형태인 제 자취방으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제 집은 3층 끝방이었는데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거예요. 분명히 불을 끄고 나갔는데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당황해서 현관문 앞에 갔더니 글쎄... 현관문 안쪽에서 사람 기척이 나더라고요. 놀라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처음 보는 미성년자 애들 네 명이 남의 집 안에서 뒹굴고 있었어요. ......어떻게 집 안에 마음대로 들어간 건지...



951. 2000/10/06 (금) 10:51

앞부분을 찾아보지 않아도 이해가 되도록 쓰고 싶지만, 길어질 것 같으니까 양해해 주세요. ㅠㅠ
게다가 현관문 안쪽에 체인을 걸어놔갖고 문이 안 열려서 "야! 너희들 뭐야!? 이 문 열어!!" 하고 화내니까 중간에 있던 안경 낀 애가 그제서야 저를 보고 "OO야~?" 하면서 뛰어오는 거예요. 어떻게 자기 친구 얼굴도 모를 수가... 아니, 그보다도 아직 더 올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전율을 느끼다가 체인이 풀린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집에 뛰어들어가서 막 따졌죠.
"여긴 내 집인데, 너희들 멋대로 들어와서 뭐하는 짓이야!?" 라고요. 도둑년이라거나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평소에 친구들에게는 잘난 척을 했지만 막상 제가 겪어 보니까 마음이 떨려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어요. ㅠㅠ 그 안경 낀 애는 제가 왜 화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어? XX언니 아니예요? 우리 채팅하면서 친해졌잖아요. 언니가 책 내서 인터넷으로 팔았을 때 사서 주소도 알게 됐고, 내일 코믹마켓이니까" ......뭣이라?
"주소를 안다고 집에 찾아오다니, 이게 무슨 막돼먹은 짓이야!?"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진짜로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나머지 세 명도 왜 화내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게다가 제 방을 완전 뒤집어 놓고, 언제부터 들어와 있었는지 이불도 엉망진창이고 주방도 뒤졌고 원고도 나와 있고 책도... 기타등등 여러가지...



959. 2000/10/06 (금) 11:03

읽기 불편하실 테니까 되도록이면 한번에 쓸게요. 제 글 때문에 게시판을 도배하는 건 싫어요. 그 이후로 대화는 거의 기억하지만 상세한 부분은 흐름에 따라 씁니다. 거의 제가 기억하는 내용 그대로겠지만 충격적이었던 부분이라든지 ㅠㅠ
그 애들은 물론 불법침입죄죠. 뚜껑이 열려서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겨우겨우 경찰이 도착해서 상황 설명을 했는데, 그 애들이 저와 친구사이라고 빡빡 우기는데다가 재수도 없는지 그때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OO가 와서 걔네들이 아무 문제 없었다는 듯이 실실 쪼개니까... 그리고 결정적인 불행은 그 OO와 같이 온 사람이었어요. 새로 좋아하게 된 작품 관련으로 친해진 지 얼마 안된 여자! 멀쩡한 사람이라고 믿었던 그녀가 그 일의 발단이었어요.
무단침입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라도 실제로 친한 사람이 있으면 사태가 역전됩니다. 게다가 그녀는 공무원... ㅠㅠ 아, 내 피같은 세금...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녀가 미성년자들 속에 섞인 성인이라는 점도 저에게 불리했어요. 경찰관은 입만 뻥끗뻥끗하는 저를 흘겨보고 "보호자가 있어서 다행이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다른 일이 많아서." 이러면서 제 주장은 전부 무시하고 가버렸어요. 화술이 뛰어나고 미인인 공무원 아가씨니까 얼핏 보기에는 아주 멀쩡한 사람으로 보였겠죠.
그래서 제가 "O씨, 왜 이렇게 갑자기 찾아왔어?" 하니까
"전에 재워달라고 했을 때 네가 괜찮다고 했잖아.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그냥 왔어. 휴대폰은 제대로 들고 다니니?"
"깜박 잊고 충전을 안해서... 아니, 내 휴대폰이 너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면 안돼. 자기 앞가림은 제대로 해야지. 얘네들도 잘 곳이 없는 것 같으니까 재워주면 좋잖아? 어려울 땐 서로서로 도와야지." 방긋방긋 웃는 그녀. 이게 웃을 일이냐!
"그러니까 어떻게 내 집에 들어왔냐고!!"
"네 고향집에 전화해서 어머니께 말씀드리니까 집주인분께 전화를 해 주시던데? 잘됐다. 마침 장 보고 오는 길이었는데 뭐 좀 먹자. 식비는 안 줘도 돼. 숙박비라고 생각하고 내 돈으로 사왔거든. 그런데 나 요리는 못해. XX씨는 요리 잘하지? 기대된다."
...나...나한테 만들라니... 그것보다 엄마... 엄마는 속으셨어요...



961. 2000/10/06 (금) 11:04

아직 더 있으니까 새 글을 올리고 거기 댓글로 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글 올리는 법을 몰라서... 다른 분께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12. 2000/10/06 (금) 11:22

고맙습니다. 그럼 계속 이어서 올릴게요. 다시 생각하기 싫은 얘기지만...
저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움켜쥐고 일단 방에 들어가서 고향집에 전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제가 입을 열자마자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아이구, 너한테도 멀쩡한 친구가 있었구나. 그 아가씨 참 공손하고 똑소리나서 엄마도 네 걱정을 덜었단다."
저를 잘 챙겨주라고 당부까지 하고, 완전히 제가 나쁜 사람이 된 거예요! 그 여자가 저희 엄마에게 무슨 소리를 했을지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도 상상이 되시겠죠. ㅠㅠ 엄마는 동인활동을 좋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니까 더 속아넘어가기 쉬우셨을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자기 멋대로 하는 친구가 어딨어?" 라고 전화를 끊고 저는 제 뒤에 있던 미성년자 다섯 명과 그 여자를 보고 말했어요. 마음대로 쳐들어왔다고 해서 재워줄 생각은 없다.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정리하고 어서 나가라고 말이죠. 그러자 생난리를 치는 겁니다.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요?" "노숙하란 말이예요?" 그 여자는 그 여자대로 속을 알 수가 없는 표정을 짓고 "어떻게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하니? 뭐, 네가 정 싫다면 얘네들은 나가면 되겠지만..." 너도 같이 나가란 말이야!!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논리에 현기증을 느끼면서 "너도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야! 나가라고!" 라고 하니까 그녀는 화를 꾹 참는 표정을 짓고 돌아서서 180도로 돌변한 무서운 형상으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거예요.
"너희같은 애들과 친하게 지내면 어떻게 되는지 증명됐구나. 자, 어서 나가렴." ...넌 도대체 누구 편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그 여자와 아이들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이게 뭐야!?
그동안 저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엉엉 울어대는 애들보다 그 여자가 정말로 더 무서워서 얼어 있었습니다. ㅠㅠ 301번 글 올리신 분의 전남친 같은 지인이 저에게도 있었더라면... 하지만 없으니까 제 스스로 어떻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25. 2000/10/06 (금) 11:35

계속 쓸게요. 아무튼 그런 좁은 집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망가지면 안되는 고가품이 있...다기보다는 벽장 창호지문이 찢어지면 안돼!
저는 일단 그 여자와 애들을 말렸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역시 너는 내 편이구나?"
긴 흑발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저를 돌아보며 방긋 웃는 그녀의 얼굴이 제 눈에는 반야로 보였습니다. 정말로...
무서웠어요. 때리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웠어요. 어쨌든 저는 애들을 쫓아내고... 정확하게는 그 여자가 쫓아내고 애들의 짐을 집 밖으로 집어던졌지만요. 집 안에는 저와 그녀만 남았습니다. 저도 압니다. 그때 쫓아냈어야 하는데... 하지만, 하지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긴 머리를 쓸어올리고 퍼질러 앉은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차를 타주고 저는 공포에 질려 벌벌 떨리는 심정으로 일단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장을 봐온 비닐봉지를 보고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쇠고기 3kg, 닭고기와 돼지고기 2kg, 하여간에 온갖 종류의 고기, 고기, 고기!!! 아니, 그냥 고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들을 두들겨패던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고기더미를 봤으니...
게다가 현관문 밖에서는 쫓겨난 애들이 엉엉 울면서 문을 긁어대고... 사고회로가 정지된 제 머리 속에서는 저도 모르게 이건 꿈이야...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아마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ㅠㅠ 사실 저는 소설을 쓰는 사람인데 그때 느꼈던 공포는 이런 문장으로 도저히 표현이 안돼요.
그 쇠고기



33. 2000/10/06 (금) 11:49

윗글 마지막 줄을 지우고 올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저것 때문에 웃긴 글이 된 것 같아요. 이어서 계속 씁니다. 오타는 무시해 주세요. 오타 확인하려고 다시 읽어보는 것도 무서워서요.
아, 고기만 꽉 채워놔서 두 사람이 들어도 무거워 보였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덜덜 떨며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저기, 이거 고기밖에 없는데..." 그랬더니 대답은 "그래. 다들 에너지가 필요하잖아? 자, 뭐 좀 만들어 봐. 남으면 너 줄게." ......필요없어... ㅠㅠ 그래도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서 한번 더 말했어요. "그런데 나는 너한테 자고 가도 된다고 안 했어. 이거 들고 나가." 대답은... 대답은... 졸라 무서운 눈으로 응시!!! 그냥 저를 지긋이 보면서 정지상태예요! 아무 말도 안해요!! 아 시바 무섭다니까!!
"...내일 코믹마켓이야. 이제 와서 호텔을 잡으라는 거니?"
"그...그치만... 그래도..."
"...밖에 있는 것들 참 시끄럽다. 양동이에 물 좀 받아와. 물이라도 뒤집어씌우면 좀 조용해지겠지."
...여름이었지만 그 발상이 무서워!
"괘...괜찮아요! 쟤들도 좀 있으면 포기하겠죠!!"
"...그렇네. 그럼 빨리 해. 나 배고프거든? 배고프면 예민해져."
...제가 졌습니다. 살해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ㅠㅠ
울먹이면서 냉장고를 열고, 시간이 흘러도 현관문 앞에서 떠나지 않는 애들에게도 겁을 내면서 요리를 하긴 했는데 고기만 가지고 상을 차리라니 시바... ㅠㅠ 난 혼자 살아서 채소도 조금밖에 없는데 어쩌라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채소를 넣고 1인분을 만들어서 상을 차렸어요. 반찬도 다 갖춰서. 그랬더니 딱 한다는 소리가 "양이 적네. 더 해." 같이 안 먹을 거니까 수저는 1인분만 놨지만 음식 양은 2인분이었는데... ㅠㅠ 어쩔 수 없이 다른 메뉴로 고기 요리를 하면서 주방 정리를 하는데 누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말했어요.
"XX씨, 여기 있는 애들 말인데." 집주인이었어요. 당황해서 해명하려고 문을 연 순간, 애들이 미칠 듯한 스피드로 집 안에 굴러들어와서 집주인에게 말했어요. "우리끼리 싸운 거예요~"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드는데 "사이좋게 지내야죠. 다른 집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항의하니까. 아, 그런데 XX씨한테 이렇게 참한 친구가 있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 말에 정신을 차려 보니, 제 등 뒤에 그 여자가!! 다시 생글생글 웃으면서 집주인과 인사하는 그녀에게,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72. 2000/10/06 (금) 12:14

어쨌든 그 후로 저는 저녁상을 차렸어요. 등줄기가 오싹오싹한 것을 느끼면서 요리를 했습니다!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왜 휴대폰 충전을 안 했을까 후회하면서 고기밖에 없는 음식을 만들어서, 큰 접시는 하나밖에 없어서 유일하게 하나 있는 큰 솥에 담아서 가져갔어요.
"섬세하지가 못하네." "그릇이 없어요. 이해하세요." 그리고 일단 뒷정리를 하려는데 제 뒤에서 6명이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거예요... 큰 솥에 가득 찬 고기 요리를. 게다가 그때 처음 알았는데 그 여자는 미친 듯한 대식가였어요! 믿을 수 없으시겠지만 그 많은 고기 중에서 거의 3분의 2를 혼자 먹었을걸요. 그 기괴한 식사 풍경! 게다가 한 손에는 1리터짜리 우유!! 무서워!!!
그때 저는 이미 애들을 쫓아내는 걸 포기했어요. 또 현관문 앞에서 난리치면... 전에 친구가 자고 가면서 술을 마시고 떠들어서 집주인에게 혼난 적이 있기 때문에(그 친구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날만 정신줄을 놓았을 뿐이고 지금도 저와 잘 지내고 있으며 저에게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또 소란스러워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내일 코믹마켓이 열릴 때까지 참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친구가 저에게 전화를 할 예정이어서 그때 SOS를 치자고... 그때까지만 참으면 될 줄 알았던 저는 이미 식욕이 없어진 상태라서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면서 그 여자와 애들의 만찬을 지켜봤어요. 그리고 다 먹은 뒤에 설거지를 하고 목욕물을 받아 줬어요. 손님 접대하는 예의가 없다고 혼나면서요. ㅠㅠ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저를 실제로 만났다고 좋아서 날뛰는 애들이 그 여자보다는 만배쯤 귀여웠습니다 시바... ㅠㅠ 애들은 제 원고를 보고 싶다, 그림을 그려 달라는 정도였으니까요. 평소 같으면 그런 애들이 귀여울 리 없겠지만 그때는 그랬어요.
그리고 밤이 깊어서 하나밖에 없는 이불은 당연히 그 여자에게 뺏기고, 애들이 그 근처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불을 끄고 저는 공포에 질려 가슴이 쿵쾅쿵쾅하면서 잠깐 눈도 못 붙이고 전화를 기다렸어요. 전화를 걸려고 하면 그 여자가 "어디 전화하게?" 라고 무서운 표정과 목소리로 저에게 물었거든요.
제 쪽을 향해 누워있는 그녀가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뜰 것 같아서 정말로 너무 무서웠어요!!!
미저리를 볼 때 느꼈던 공포보다 몇 배나 더 무서웠어요...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울리지 않는 전화를 속으로 원망하면서 날이 밝았고
저는 봤습니다.
전화선이 뽑혀 있었어요...



132. 2000/10/06 (금) 12:44

실화입니다... ㅠㅠ 게다가 윗글을 올리자마자 컴퓨터가 꺼지고... 그녀의 저주일까요...
죄송합니다. 컴퓨터 상태가 안 좋아서 헛소리 해봤어요.
빠진 전화선을 보고 덜덜 떨다가 전화선을 다시 끼우고 일단 아무데나 전화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었어요. 조용히 살짝요. 그런데 그 순간...
"어디 걸려고?"
저를 향해 누워서 자던 그녀가 눈을 번쩍 뜨고 물어보는 거예요! 어느새 일어나 있었던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떨면서 말했어요.
"저...전화선이 끊겼던데..."
"자는데 전화 오면 시끄럽잖아? 그건 됐고 나 배고파."
밤새 한숨도 안 자고 스르르 일어난 그녀가 무서워서 저는 일단 아침상을 차렸어요. 어림잡아 10인분쯤. 요리를 다 했을 때는 애들도 일어나서 저에게 같이 먹자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거절하고 이제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어서 그녀와 애들이, 아니, 그 여자 하나만이라도 사라져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애들도 싫었어요. 하지만 그 여자는 몇 배나 더 싫었어요.



166. 2000/10/06 (금) 12:59

밥 좀 먹으라고 애원한다 하더라도 식욕을 느낄 수 없는 상태였던 저는 오로지 어서 모든 게 끝나기만 빌면서 방구석에 앉아 있었어요. 24시간 전에는 두근두근 설레면서 코믹마켓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ㅠㅠ 어떻게 이럴 수가.
그리고 고기를 다 먹은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서 "자, 그럼 가 볼까요?" 라고 애들에게 말했습니다. 애들은 아직 저에게 미련이 남은 것 같았지만 자기들도 그 여자가 무서웠는지 얌전하게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그리고 "수고했어. 그럼 얘들은 내가 데리고 갈게. 애들 장난기가 심했지? 내가 혼내줄게. ...행사장에서 봐." 나는 너 안 보고 싶어! 제일 심했던 건 너라고!!
...제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그 여자와 애들을 내보내고 제일 먼저 현관문에 체인을 걸고 문을 잠그고, 무너지듯이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식사 흔적을 정리하고 손을 씻었을 때, 그제서야 전화벨이 울리고 코믹마켓에 같이 가기로 한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내용이...
"전화를 안 받아서 걱정했잖아. 그런데 O씨가 나한테 문자 보냈더라. 깜박 잊고 O씨가 호텔 예약을 못했다면서? 미인인데 덜렁인가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고 네 친구들 중에서 제일 낫잖아?"
말도 안돼! 그 여자가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과 다르게 소문을 냈더라고요.
"그리고 네가 잘 곳이 없는 애들까지 같이 재워줬다면서? 너도 참, 사람이 착한 것도 정도껏 해라. O씨가 너랑 같이 있어줘서 다행이야."
...이게 무슨 소리야 ㅠㅠ 그때 당장 사실을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왠지 온몸의 힘이 빠져서 저는 전화를 끊고 완전 뻗었어요... 마음이 가라앉으면 사실을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어떻게든 행사장에 가서... 친구도 엄마도 그리고 저도 그 여자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그녀에게 완전히 속아넘어갔으니까 남말 할 처지도 아니지만. 1년에 겨우 두 번 열리는 코믹마켓이니까 행사가 끝난 뒤에 해결하기로 한 것이 화근이었어요.
행사장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판매자 입장권이 없었어요. 저는 팀이 아니라 개인으로 참가하지만 같이 간 친구도 개인 판매자라서 아무도 입장권을 꺼내갈 일이 없었죠. 봉투 속에 세 장을 넣어놨던 입장권이, 봉투만 남아있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것은 아니었지만 입구 앞에서 얼어붙었어요. ㅠㅠ



210. 2000/10/06 (금) 13:17

하지만 친구까지 휘말리게 할 수는 없었어요. 저는 친구를 먼저 들여보내고 울면서 일반 구매자 줄에 섰습니다. 제 입장권을 훔친 사람은 아마도 제 집에 쳐들어왔던 애들이겠죠. 그 여자는 자기 입장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제서야 제 집에 있던 물건을 도둑맞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역시 저는 어쩔 수 없는 오타쿠였습니다. 물건 도난 걱정보다도 며칠이나 밤을 새워서 완성한 새 책 생각과 힘들게 만든 책을 판매할 수 없다는 울분이 머리 속에 가득했으니까요.
구매자 입장 줄이 너무 길어서 점심때가 되어서야 겨우 행사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텅 빈 제 책상이었죠. 내 책은? 놀라서 멍하니 있는데 아침에 입구 앞에서 헤어졌던 친구가 와서 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 집에 쳐들어왔던 애들이 제 자리에서 제 책을 팔고 그 돈을 저에게 전해주겠다면서 들고 튀려고 했는데 그녀가... 그 여자가 도로 빼앗아서 제 친구에게 맡겼다더군요. 아아, 이리하여 그 여자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점수를 딴 거죠. ㅠㅠ
그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이제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에 그 여자가 다가왔습니다. 택배로 미리 행사장에 보내놨던 제 책들 중 팔고 남은 것을 손에 들고.
"이거, 늦었지만 마저 파는 게 어떨까?"
"와, O씨! 이렇게 친절할 수가! XX,뭐해? 고맙다고 해야지!!"
친구가 그렇게 말했지만 제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올 리가... 이제 울고 싶은지 소리를 지르고 싶은지도 알 수 없는 저에게 그녀는 생긋 웃고는 "괜찮아. 그런데 입장권을 잃어버렸다니 많이 힘들었겠다. 그 애들은 나중에 보면 따끔하게 혼내줄게. 이제 그만 기운내."
그렇게 말하면서 제 어깨를 두드렸어요... 연기력 하나는 진짜 좋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좋습니다.
홀라당 속아넘어간 제 친구는 넋놓고 있는 저를 그 여자에게 맡기고, 제 책을 판 돈을 제 가방에 넣어주고 자기 자리에 돌아갔습니다.
저는 더 이상 행사를 즐길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싫었어요. 너무나도 질려서 그녀가 챙긴 제 책 재고를 받아들고 그대로 택배로 집에 보내려고 택배 접수코너에 갔어요. 택배 접수가 시작되면 곧바로 짐을 부치고 행사장을 떠나려고요.



261. 2000/10/06 (금) 13:35

그리고 저는 어찌어찌 택배를 보냈어요. 주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는데도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어깨를 잡힐 것 같아서 저는 울기 직전이 되어 택배를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싫어서 도망치듯이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없어진 물건은 없는지 찾아봤어요. 항상 정리정돈을 해놓는 편이어서 입장권 외에는 아무 피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습니다. 그때는 아직 머리가 마비된 상태라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담할 생각을 못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다 그 여자 편이고 제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짜 무서웠어요...!
좀 진정되면, 진정되고 나면 이라고 마음 속인지 입인지 끊임없이 주문을 외듯 읊으면서 저는 이불도 빨고 청소도 했습니다. 제 집에 그 여자의 흔적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는 게 싫어서요.
걱정돼서 전화한 친구에게도 틱틱거리고 저는 떨면서 밤을 맞이했어요. 이런 일이 저에게 생길 거라고는 그때까지 생각도 못했고, 막상 겪어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 친구가 전화를 했어요. 제가 몸이 안 좋다고 대충 둘러댄 것을 믿고 제 집에 와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저도 거의 진정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죠. 그리고 몇십 분 후,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친구가 왔다는 것을 안 저는 기뻐하면서 문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혼자 살면 위험하기 때문에 노크하는 방식을 친구와 암호로 정해 놨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체인을 풀고 벌컥 연 현관문 앞에는 그 여자가 서 있었어요...!!!!
아, 게다가 그때 지진이!!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아 ㅠㅠ 저는 천둥과 지진은 쥐약이에요!! 살려줘!!!



333. 2000/10/06 (금) 14:07

지진이 너무 무서웠어요... 죄송합니다. 공포가 이중으로 겹쳐서 손이 떨려요. 눈물이 멈추질 않고... 불안해요. 누가 물어보면 가을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둘러대겠지만.
어쨌든 눈 앞에 그 여자가 서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저는 경직해 있었습니다. 머리 속이 새하얬어요. 멍청하게 문을 연 제 잘못이지만요...
"어머, 안색이 좋네?"
"어...어떻게 아는 거야... 암호 노크..."
떨면서 말하는 저에게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행사 끝나고 만났어. 네 친구가 행사장에서 자기 폰번호를 가르쳐 줬거든. 그래서 네 친구한테 들었지. 내가 너희 집에 가겠다고 하니까 친구는 네가 겁이 많다면서 암호를 가르쳐 주던걸?"
집 안에 들어와서 현관문을 잠그는 그녀를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습니다. 그러자 그녀도 제게 다가와서, 손에 들고 있던 뭐가 잔뜩 든 비닐봉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제 어깨를 꾸욱 움켜쥐며 말했어요.
"걱정하지 마... 오늘 밤에는 내가 곁에 있어 줄게. 어제 왔던 애들도 단서를 찾아보자. 채팅에서 알게 됐다고 했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그 순간, 제 코 앞에 그녀의 얼굴이 스윽 다가오면서 어깨에 손톱이 파고들었어요. 악! ㅠㅠ
"너... 그 친구에게 쓸데없는 말 한 건 아니겠지...?"
어깨 아파! 무엇보다 누가 얘 좀 어떻게 해줘!! 다시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온 몸에 소름이 끼쳐요. 미인인 만큼 더 무서웠어요. 그때 어깨에 느꼈던 통증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아무 말 안했어." 라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뭐랄까... 살인귀가 눈 앞에 서서 미소를 짓는다면 그때 그 여자의 얼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ㅠㅠ



394. 2000/10/06 (금) 14:32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제 주관으로 그녀를 악인으로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하지만 저도 할 말은 있으니 양해해 주세요.
울먹이며 방 안에 서 있는 저에게는 신경쓰지 않고 그녀는 현관문을 잠그고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주방에 가서 그제서야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는 듯 구두를 벗어서 나란히 놓아두고 다시 저에게 다가와서 비닐봉지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밥 같이 먹을까?"
보, 봉투 속에 들어있는 건 또다시 고기, 고기, 고기...!!! 뭐랄까, 그 순간에도 이미 제 망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고기들 중 뼈가 붙어있는 새빨간 고기는 사람 고기처럼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난 혼자 있어도 괜찮으니까... 가세요. 더 이상 당신을 못 믿겠어요."
여기서 무너지면 내 미래는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쥐어짜 말하고 고기봉투도 그녀에게 떠맡겼습니다.
"어머... 왜?"
이유는 자기가 잘 알 텐데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고기봉투도 받지 않았어요. ㅠㅠ
저는 이제 혼자서 살인귀와 대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나쁜 년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이제 그만해요. 가세요! 나가라고!!"
저도 모르게 악을 썼더니 그 여자는... 그, 그 여자...
죄송합니다. 토할 것 같아요.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
죄송합니다. 그때 생각이 나서...



414. 2000/10/06 (금) 14:39

그때 그 느낌이 생각났어요. 말을 안 하는 게 좋을까요. 하지만 혼자서 참는 건 싫어!!
그, 그녀... 그 여자 말이죠. 그 여자, 정말로 톳토리(鳥取)현 출신이에요. ;ㅁ; 어머니 고향은 북부지방...
죄송합니다. 잠깐 입 좀 헹구고 올게요.



457. 2000/10/06 (금) 14:52

죄송합니다. 여러분까지 겁에 질리게 하고 말았네요. 게다가 창작물 소재로 쓰시라고 할 배짱도 없는 인간이라서 죄송합니다. 동인활동을 하다가 생긴 일이어서 여기밖에 올릴 곳이 없었어요. 그녀가 동인활동을 하는 장르 등은 정리해서 마지막에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가 도쿄에 살지 않아요...
그 여자는 제가 돌려준 비닐봉투를 받아서 갑자기 비닐을 쫙쫙 찢더니 고기를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올 만큼 움켜쥐고 제 입에 쑤셔넣었어요!!! (악!! ㅠㅠ 게다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진심이야!!!!)
기겁하잖아요. 이런 짓을 보통 사람은 안하잖아요. 제가 저도 모르게 그 손을 뿌리치자 그녀는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고기... 생것으로 먹을 거면 그렇게 해도 돼. 단, 그럴 경우에는 혼자 다 먹어."
저는 구역질이 나서 화장실에 뛰어들어가서 토했어요. 원래 스트레스가 제일 먼저 위장에 나타나는 체질인데다가 입 안에 남아있는 피와 지방의 맛, 그리고 냄새가 완전...!!!
입을 손으로 막고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제 입에 밀어넣었던 고기를 한 손에 들고 서서 무표정하게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사이코 호러 정도가 아니예요... 실물이 눈 앞에 나타나면 그건... 그건...!!
"저, 저 속이 안 좋아서 지금 요리를 할 상태가 아닌데..."
필사적으로 쥐어짜듯이 말해도 그 여자는 그저 저를 빤히 보고만 있는 거예요.
차라리 짜증이라도 내는 게 낫지 ㅠㅠ
단지 제가 반복하는 변명만 허공에 울리다가 마지막에 그녀가 한 말은 딱 한 마디.
"그래서?"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50. 2000/10/06 (금) 15:12

뭐랄까... 그냥 그때 일을 생각만 해도 무서워서 눈물이... 이상하다는 눈길을 받으면서도...
어서 끝내야 되겠어요... 저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천천히 저에게 다가와서 다시 고기봉투를 내밀었어요...
고기를 받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울면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그때 그 여자의 휴대폰 벨이 울렸어요.
"네. 아아...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 친구다!! 그렇게 생각한 저는 당장 달려들어서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살려줘!!" 라고 외친 순간, 그녀가 미리 켜 놓았던 TV의 볼륨을 확 키워서 친구는 제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게다가 또다시 그 독특한 무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잘못해서 TV 소리를 키웠어. 응. ...그럼 나중에 몸이 괜찮아지면 전화하라고 할게. 잘 자."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순간, 전날 밤에 한숨도 안 자고 저를 감시했던 그 여자에 대한 공포가...!!
"...친구가 같이 있는데 살려달라니, 실례 아니니? 너, 보기보다 애가 못됐구나?"
"......"
떨면서 뒷걸음질치는 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데 완전 뭐랄까... 그 모습은... 도저히 이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ㅠㅠ 무서워!!!
"...고기 타겠다? 빨리 해. 나 배고프면 기분나빠진다고 어젯밤에도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고 이제 더 이상 목소리도 안 나오는 제 옆을 스쳐 지나간 그녀는 고기봉투에서 꺼낸 우유팩을 우유가 터져나올 정도로 난폭하게 뜯어서, 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우유팩에 입을 대고 원샷으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내가 왜 여기 있을까,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609. 2000/10/06 (금) 15:32

제가 잘못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씀은 제 이야기가 다 끝난 뒤에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ㅠㅠ 저도 최근에야 겨우 안정되어서 그 사건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제가 실수한 부분도 포함해서 그녀의 특징을 제대로 올릴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아무튼 번갯불에 콩 볶듯이 요리를 해서 그 여자 앞에 차려줬어요. 전날 밤과 똑같이요. 뭐랄까... 인간이 식사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요.
그 꼴을 곁눈질로 보면서 저는 주방에 가는 척 하고 현관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손이 떨려서! 현관문 체인이 풀리지가 않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에 그 여자가 쫓아왔는데 그때 어떻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왜 소리를 안 질렀냐고 하셔도, 목소리가 안 나와요! 기껏해야 맨발로 도망가는 게 한계였습니다. 전날부터 잠도 못 잤고 피곤하고 무섭고 토할 것 같고...!!!
하지만 순식간에 팔을 붙잡혀서 집 안으로 끌려들어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또 그녀가 문을 잠갔죠.
"네가 이러면 내가 꼭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잖아. 왜 그렇게 떨고 있니...?"
바닥에 넘어진 채로 얼어붙은 저를 덮을 듯이 드리워진 그 여자의 머리카락도 무서웠고... ㅠㅠ 솔직히 저는 그녀가 왜 저에게 그런 무서운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 정신상태 자체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도 했지만요.
살해당할 거야!!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여자는 다시 원래대로 앉아서 그냥 고기를 먹고, 그러고 나서 저를 보면서 웃는 얼굴로...
"내기해도 좋아. ...아무도 네 말은 안 믿을 거야."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런 소리까지 들으면 아무래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당하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돈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 여자에게 이득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녀의 대답은
"네가 가면쓰고 착한 척하는 게 재수없어."
...나도 그래 이뇬아... ㅠㅠ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겠지만...
...인간의 악의가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그때까지 없었습니다. 제 행실도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664. 2000/10/06 (금) 15:49

그리고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이유를 말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친해지고 싶어하던 작가분을 제가 가로채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고.
...그녀의 말을 듣고 찔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남이 말해주기 전에는 자기 잘못을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단지 무서운 것은 그녀가 말하는 이유가 전부 "내가 OO였어야 하는데" 라는 식으로 어디까지나 자기가 최우선이었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정의인 거죠.
"...널 죽이면 난 범죄자가 되는걸... 그래도 네가 나빠. 전부 네 잘못이야. 알겠어?"
그때 그 여자의 눈... 완전히 도깨비불이 빛나고 있었어요. 젠장 ㅠㅠ
무서워서, 두려워서 숨도 쉴 수가 없었는데 그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느릿느릿 그녀와 현관 쪽을 봤는데, 친구 목소리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 게 이상했겠죠. 친구가 한번 더 문을 두드렸고, 제 입을 막으려는 그녀의 손을 저도 모르게 뿌리치고 이번에야말로 "살려줘!" 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뿌리치고 현관문에 달려들었는데 아무리 해도 체인이 안 빠지는 거예요! 일단 자물쇠는 열었고, 문틈으로 친구 얼굴이 보였을 때는 진짜 기뻤어요...!!!
그 친구가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좋았습니다. 그 자리에 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좋아 죽을 것 같았어요.
눈물 범벅이 되어서 우는 저와, 그런 저를 막으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친구가 알아줬어요.
점점 그 여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친구가 "O씨... 어떻게 된 거죠?" 라고 했을 때, 드디어 체인이 풀렸습니다.



726. 2000/10/06 (금) 16:05
친구가 집에 들어온 순간, 친구를 부둥켜안고 우는 저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친구는 그 여자를 보면서 말했어요.
"분명히 무슨 일이... O씨 표정이 무서워. 뭐야? 무슨 일이 있었어? 왜 얘가 이렇게 우냐고!"
저는 이가 딱딱 떨려서 그저 울기만 하고 거의 아무 말도 못했지만, 친구는 아마 제 상태와 집안 분위기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모양이에요. 바닥에 생고기가 굴러다니기도 했고.
그 여자는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웃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겨우 떨궈냈는데."
"그러니까 뭐냐고!"
"나, 이젠 너도 싫어졌어......"
그때 그 여자의 목소리.
눈이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여자를 등지고 있어서 전혀 볼 수 없었지만, 제 목덜미에 소름이 쫙 돋은 것과 동시에 제가 매달려 있던 친구의 몸도 떨렸으니까 상상은 돼요. ㅠㅠ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느긋하게 짐을 챙겨서, 제가 그녀의 무서운 표정을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경직되어 있는 제 친구와 저를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제 집에서 나갔습니다...... 마지막에 뜯어먹었던 고기에서 나온 뼈를 현관에 던져놓고!!! 악! ㅠㅠ



812. 2000/10/06 (금) 16:36
이제 뒷이야기를 쓰면 창작물 소재 확정이네요... 아니, 지금 단계에서도 작품구상에 들어가신 분이 계실 테니 삼가겠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동인지를 내지 않습니다. 그 일 이후로 너무 무서워서 고향집에 도망치듯이 돌아왔어요. 그 여자 소식은 모르겠어요. 다만, 제 주변에서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그 여자의 부모님 댁은 톳토리, 당시에 머리가 길었던 미인이고 외모는 약간 모델 스타일입니다. 붙임성 좋게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라서, 우선 그 미소 한 방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속아넘어갈 거예요. 사교술과 말솜씨도 좋아서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따르는 타입이고요.
동인활동 장르는 소년점프 계열...이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이름은 공개할 수 없으니 양해해 주세요. 하지만 제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이제 그 여자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씩 밤에는 겁이 나지만요.
한 사람을 철저하게 무너뜨린 후, 다른 사람에게 흥미가 생기면 또 그렇게 하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여자가 동인활동만 하는 것도 아니고...
직업은 우편 관련이었습니다...



937. 2000/10/06 (금) 17:17

SD...... (역주 : 소년점프에 연재되었던 만화 '슬램덩크'의 약자인 듯)
저는 그 당시에 다른 장르에도 손을 댔는데 (이쪽은 위탁받은 것이었습니다) 뒷이야기... 뒷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올릴게요. ㅠㅠ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여러분, 부디 조심하세요... 제 친구도 이제는 안정되어 가지만, 한때는 저보다 더 가위눌리기도 했고...
그럼 저는 일단 일하러 갔다올게요.
제 글 때문에 불쾌하셨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당시 상황을 초래한 원인은 제가 약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착한 척 가면'이라는 말도 마음에 사무쳤어요.
그때 제 입장권을 훔친 애들이 제 책을 팔았던 돈은 금액이 맞았다...기보다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그 애들은 처음부터 제 동인지 판매수익금을 훔칠 작정으로 제가 정한 가격보다 비싸게 판 것 같습니다. 책 권수를 생각하면 다소 오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지금은 그 당시에 제가 저질렀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글은... 이제 당분간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가 제 글을 무척 칭찬했던 것, 봐 주었으면 했던 부분을 칭찬해준 것... 그런 일들이 기억 속에 새겨져 있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소설은 당분간 쓰고 싶지 않기도 하고, 지금 쓴다면 악역이 전부 긴 머리의 미인이 될 것 같습니다.
남아있는 이야기는 앞으로 살짝살짝 올리겠습니다. 오랫동안 죄송합니다. 부탁하신 부분들은 서둘러 정리하겠습니다. 퇴근하면 컴퓨터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새로운 부서라서 컴퓨터를 만질 수 있지만 제대로 쓸 줄 몰라서 보기 흉해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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