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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9화. 줄넘기

K군이 키시와다(岸和田)시에 있는 친구 집에 자러 갔을 때 이야기다.

밤 7시쯤 친구 집 근처까지 갔을 때, 요즘 보기 드문 나무 전봇대에
갓이 씌워진 전구를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 전등불 밑에서 빨간 체크무늬 옷을 입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는 단발머리 여자애가
혼자서 폴짝폴짝 줄넘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K군은 그런 시간에 어린 여자애가 혼자 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동네가 주택가였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딸이 부모님의 퇴근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 4~5미터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여자아이는 뭐가 그리 수줍은지 그 나무 전봇대의 그림자 속으로 스르르 숨었다.

K군은 그대로 전봇대 옆을 지나갔는데
왠지 이상하게 그 아이가 신경쓰여서 그 전봇대를 뒤돌아봤다.
그랬더니

조금 전까지 여자애가 가지고 놀았던 줄넘기 줄이
깨끗이 정리되어서 돌돌 말린 채, 전봇대에 박힌 못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줄넘기 줄이 걸린 못은
K군도 손이 닿지 않을 높이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어?' 하면서 다시 친구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지만
또 그 아이가 마음에 걸려서 한번 더 뒤돌아봤다.

여자애가 있었다.
전봇대 그림자에 숨어서 K군을 보면서
손에는 줄넘기 줄을 꼭 쥐고 있었다.
전봇대를 다시 보니, 전봇대에는 줄넘기 줄이 없었다.

'아, 들고 있었구나. 전봇대에 걸린 건 내가 잘못 봤겠지. '
K군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친구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친구 집 현관에서 구두를 신다가
간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건 좀 느낌이 이상했어……. '

친구 집에서 나와서 그 전봇대를 확인해 보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런 전봇대는 없었다.

친구 집 주변에 있는 전봇대는 모두 콘크리트였다.
게다가 어젯밤에 봤던 장소에는 전봇대도 전등도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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