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신미미부쿠로 - 빨간 오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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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64화. 빨간 오픈카

이것은 오사카의 배우 양성소에 다니는 K씨가
7, 8년 전에 겪은 체험담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K씨는 여름방학에 남자만 4명 모여
렌터카를 빌려서 오사카에서 도쿄로 놀러갔다.
그리고 오사카에 돌아가던 길에서 생긴 일이다.

하마나(浜名) 호수 근처, 토메이(東名) 고속도로의
하마마츠니시(浜松西) 인터체인지 부근을 밤 2시경에 통과했다.
그때 운전을 한 사람은 K씨였는데
다른 3명은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백미러에 하이빔※ 광선이 들어왔다.
(※high beam. 원거리용 상향(上向) 헤드라이트)
그때 도로가 비어 있어서 K씨는 시속 120~130km로 달리고 있었는데
하이빔을 쏜 뒤차는 맹렬한 스피드로 쑥쑥 다가왔다.
백미러에 비치는 그 빛이 너무 눈부셔서 K씨는 왼쪽 차선으로 피했다.
그러자 하이빔을 켠 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K씨네 차를 추월해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런데 그때 K씨는 기묘한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백미러에 눈부신 하이빔밖에 비치지 않았지만
추월당할 때 얼핏 본 건데, 새빨간 오픈카였다.

K씨의 차를 가볍게 추월했다는 것은 시속 200km 정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빨간 오픈카의 조수석에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던 것이다.

맹렬한 스피드로 바람을 한 몸에 맞으며
그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너풀너풀 날리고 있었다.

K씨의 차를 추월할 때, 그 여자가 K씨를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더욱 더 속도를 올려 금세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혼자 운전을 하면서 K씨는 의문에 빠져들었다.

'어, 방금 그건 뭐지? ……인형인가? 아니, 인형이 아니야.
인형이면 분명히 바람에 날려갔을 거야.
게다가 날 보면서 씩 웃었단 말이지…….
그건 분명히 살아 있었어. 인간이야.
……서 있을 수 있나? 시속 200km인데……. '

그런 생각이 들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K씨는 다음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친구들을 깨웠다.
"내가 이런 걸 봤어! "
조금 전에 자기가 봤던 것을 그대로 친구에게 설명했는데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네가 피곤해서 잘못 봤겠지. 그래, 이제 내가 운전할게. "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해서 운전을 교대하고 다시 토메이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하이빔을 켠 차가 뒤에서 맹렬히 쫓아왔다.

K씨는 그 하이빔이 아까 그 오픈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거야, 이거! 이 하이빔! 똑같아! 분명히 이거야! "
K씨가 외치는 소리에 모두 그 하이빔을 주목했다.
하이빔을 켠 차가 바로 옆을 슥 통과해서 미친 듯한 속도로 멀어져 갔다…….

확실하게 봤다.
새빨간 오픈카.
그 차의 조수석 의자 위에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똑바로 서 있었다.
맹렬한 속도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긴 머리가 펄럭펄럭 날렸는데
추월할 때 또 다시 K씨네 차를 보고 씩 웃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앞으로 가서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봤지! 봤지! 지금 그거 봤지! "
"봤어봤어봤어봤어!! "
K씨 일행은 가까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밝아진 뒤에야 겨우 오사카로 출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