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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69화. 겹벚나무

A코 씨는 어린 시절에 도쿄 시부야구에서 상당히 큰 집에 살았다.
그 집 정원에 커다란 겹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고 한다.

무척이나 훌륭한 벚나무여서, 벚꽃놀이 철이 되면
가족들이 친척들과 지인들을 불러 그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잔치를 열곤 했다.

A코 씨는 유난히 그 나무에 애착을 갖고 있어서
매일같이 나무 밑에서 소꿉놀이를 하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위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A코 씨는 그 집을 떠나 이사를 갔지만
A코 씨가 살던 집에 들어간 사람들이 큰아버지 부부였기 때문에
매년 봄이 올 때마다 그 벚나무를 보러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A코 씨가 대학에 들어가던 봄,
시부야에서 친구를 만나려고 토요코센(東横線) 전철을 탔다.
마침 벚꽃이 한창이어서 이미 지기 시작한 벚꽃잎이 차창 밖으로 흘러갔다.
그러고 보니 금년에는 벚나무가 있는 그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그 벚나무도 분명히 예쁘게 꽃이 피었겠지……. '
그런 생각에 잠겨 전차 문에 기대서 벚나무 가로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제 못 만나겠구나. "

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 누구지? '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말을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들렸다.
아니, 들렸다기보다 머릿속에 글자가 떠오르고 그것이 울린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뭘까……? '
못 만난다는 말이 신경쓰였지만
결국 그해 봄에는 그대로 잊어버리고 지냈다.

그리고 4개월 후, A코 씨의 언니가
겹벚나무가 없어졌다고 A코 씨에게 말했다.
나무를 벤 것은 5월쯤이었는데
주차장을 증설하기 위해 큰아버지 부부가 결정했다고 한다.

"A코에게는 마음이 안 좋아서 말을 못했어. "
라고 언니가 말했다.
A코 씨는 울었다.

단 하나, 위안이 된 것은
정원에 남겨둔 나뭇등걸에서
새 가지가 몇 개 돋아났다는 소식이었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이며(출처 : 산림청 국가생물종 지식정보 시스템)
일본의 국화(國花)는 국화(菊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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