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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3화. 담력시험

T씨가 대학 시절에 동아리 회원들끼리
호쿠리쿠※ 지방에 MT를 갔을 때 이야기다.
※호쿠리쿠(北陸) : 일본 중부지방에 있는
후쿠이(福井), 이시카와(石川), 토야마(富山), 니이가타(新潟) 4현의 총칭.
좁은 뜻으로는 니이가타현을 제외한 나머지 3현을 가리키기도 한다.


밤에 담력시험을 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가까운 산에서 긴 돌계단을 올라가면 오래된 신사(神社)가 있다.
남녀 한 쌍씩 순서대로 그 돌계단을 올라가서
정상에 있는 신사 앞에 조약돌을 놓아두고 온다는 시시한 것이었다.
즉시 팀을 짜서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했는데 T씨 혼자만 짝이 없었다.

"됐어. 난 혼자 가도 괜찮아. "
속으로는 무서우면서 여자애들 앞이라고 허세를 부렸다.
게다가 제비뽑기에서는 마지막 순서가 나와서 더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첫번째 팀이 쭈뼛쭈뼛 손을 붙잡고 신사로 향했다.
한편, 놀래 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도 있어서
돌계단 주위의 잡목림이나 덤불 속에 숨어서
여자애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T씨 차례가 되었다.
"갔다올게. "
가슴을 펴고 혼자서 어둠에 싸인 긴 돌계단을 올라갔다.

중간 정도까지 올라갔을 때,
데굴데굴데굴 하고 돌멩이가 발 밑으로 굴러왔다.
한순간 움찔했지만
'아, 겁주는 녀석들이 놀라게 하려는 거구나. '
하고 주위에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용기가 솟아났다.

더 빠른 걸음으로 돌계단을 올라가자,
계단 옆의 잡목림이 와삭와삭 소란스러워지며
그쪽에서 작은 돌이 슝슝 날아왔다.
신사에 가까이 갈수록 돌이 더 많이 날아와서
나중에는 T씨의 몸에 맞을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맞힐 것까지는 없잖아. '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까스로 돌계단을 다 올라가 신사 앞에 돌을 놓았다.
그리고 돌아가려고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지금까지 올라온 돌계단을
수없이 많은 어린 아이들이 빈틈없이 꽉 채우고 서 있었다!

돌계단 옆에 있는 침침한 형광등에 비친
검은 그림자같은 아이들.

"아아악! "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은
거미 새끼가 흩어지듯이 계단 양쪽 옆의 수풀 속으로 사사삭 몸을 숨겼다.

"으아아아악! "
T씨는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돌계단을 뛰어내려가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흥분한 말투로 방금 본 것을 얘기했다.
그러자 모두 난리가 나서 숙소로 달아났다.

사실은 T씨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놀래 주는 역할을 하던 친구들은 모두 내려왔던 것이다.

T씨는 처음부터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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