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6화. 아몬드 아이즈(almond eyes)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다.
O씨는 어렸을 때 카나가와(神奈川)현의 후지사와(藤沢)시에 살았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방랑벽이 있어서 학교 수업을 빠지고
버스를 타고 모르는 동네에 가서 돌아다니곤 했다고 한다.

그날도 목적지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가마쿠라(鎌倉)시의 어딘가에 내렸다.
그리고 거리를 아슬랑아슬랑 걷다 보니 주택가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헤매고 다니다가 다시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가마쿠라 역으로 가는 버스가 와서 그걸 탔다.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아니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그때 버스 계단에서 현기증이 확 났다.

'아, 속이 안 좋다.'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서
O씨는 버스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계속 보고 있었다고 한다.

가마쿠라 시 주변에는 들판이나 논밖에 없었다.
그런 허허벌판에 다음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그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어서 버스가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때 O씨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 밑에 뭔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어린이 3명 같은 그것.

그러나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 쪼그려앉은 것은 어쩐지 열심히 파삭파삭, 파삭파삭 땅을 파고 있었는데
비쩍 마른 더러운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고
두 팔이 몹시도 가늘었다.

'뭐가 있네?' 하면서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그 묘한 것이 고개를 들고 O씨를 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 기분나빠……. 싫어! '
O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나 O씨는 그 세 명의 아이들같은 것이 O씨를 본 순간의 얼굴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야윈 몸에 비해 머리가 이상하게 컸고
머리 꼭대기가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입이 있었다는 인상은 없지만
가로로 긴 거대한 아몬드 모양의 눈.
그 눈 속에 눈알은 없었고 눈 전체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 것들과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그 뒤의 일은 기억이 없지만 영능력자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귀(餓鬼 : 굶어죽은 귀신)'라고 했다고 한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