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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7화. 검은 '노비아가리'

십년도 더 된 어느 가을, 전문학교 학생 20명으로 이루어진
O씨 일행이 나라(奈良)에 놀러갔다.
O씨네 선생님이 나라현 출신이었는데 나라의 여러 가지 명소를 안내해 준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산중턱에서 해가 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여학생들은 이제 집에 가겠다고 해서
모두 함께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그리고 여자애들을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 놓고
남자들만 열몇 명이 역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여자애들과 헤어질 때, 선생님이
"너희들, 잘 들어. 산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가다가 옆으로 새지 말고 역까지 곧바로 가야 돼." 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그 정류장에서 역까지는 한 줄 외길이었고
딱히 다른 곳에 들를 생각도 없었다.
선생님 말씀은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O씨를 비롯한 남학생 십수 명이 줄지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등 뒤에서 빵빵― 하고 버스 경적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버스가 O씨 일행을 앞질러 갔다.
버스 차창에서 선생님과 여자애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야―" 하고 O씨와 친구들도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버스는 그대로 산길을 내려가서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주위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조금 전의 공기와 명백히 다른 것이었다.

바로 아까까지 울던 새들과 벌레 소리가 뚝 끊기고
왠지 갑자기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
주변은 부자연스러우리만큼 깊은 정적 속이었다.

"이 분위기는 뭐지?" 라고 누가 말했다.
역시 모두들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야, 뒤쪽! "
또 누가 외쳤다.
O씨와 친구들은 헉 하며 뒤를 돌아봤다.
산 정상에 새까만 구름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이 점점 더 거대해지면서 O씨 일행이 있는 쪽으로 밀려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O씨와 친구들은
그 구름같은 어둠에 휩싸인 것이었다.

주위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그리고 동시에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한겨울같은 추위가 O씨 일행을 덮쳤다.
"이거 이상해. 어떻게 된 거야? "
라고 친구들이 저마다 기분나빠했다.

그때 비로소 O씨와 친구들은
'산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
라고 주의를 주신 선생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일단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역까지는 보통 걸음걸이로 가면 15분 정도 걸릴 거리였다.
다들 칠흑같은 어둠과 얼어붙는 듯한 추위 속에서
그저 산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앞에 작은 불빛이 반짝 나타났다.
"역이다! "
한 사람이 외치자, 다같이 동시에 달려가기 시작했다.
5분쯤 뛰면 그 불빛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것이었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뛰어도 뛰어도 그 불빛은 전혀 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게 뭐야! "
각자 큰 소리로 짜증을 낸 그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어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까이서는 개구리 소리, 멀리서는 차 소리와 마을의 소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암흑세계에서 집들의 불빛과
희미하게 남은 황혼빛을 받은 산의 실루엣 등이 드러났다.
거기다 얼어붙었던 몸에 온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토록 가까이 가려고 뛰었던 역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O씨는 어느 날 우연히 민속학 책을 읽었는데
그 일과 똑같은 현상이 나와 있고,
그것이 '오오뉴도(大入道)' 또는 '노비아가리(のびあがり)'라는
요괴가 하는 짓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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