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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8화. 빗속에 빛나는 것

교토(京都)에서 극단을 주재(主宰)하는 U씨가
노세(能勢) 전철 선로 부근에 새로 생긴 주택가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거기는 산을 밀고 평지로 만든 곳이어서
주변에 산과 계곡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소였다.

U씨는 비가 쏟아지는 밤 10시 무렵에 위스키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리 위에 올라섰다.
꽤 긴 다리였는데, 다리 밑에는 단선(單線) 철도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끼이잉― 하는 금속성 소리가 귀에 울렸다.
처음에는 전차가 커브를 도는 브레이크 소리인가 했는데
전차가 오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귀를 찢는 그 소리만 점점 더 커져서
갑자기 끊기는가 하면 다시 울리는 것이었다.

'비도 오는데 기분이 안 좋네. '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리를 건너려는데
다리 건너편에 있는 동네의 개들이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한 집만 짖으면 몰라도, 그 근처에서 키우는 개들이 전부 미친 듯이 짖어댔다.
그리고 기묘한 금속성 소리도 울렸다가 끊기기를 되풀이했다.

마침 다리 중간쯤에 접어들었을 때,
전방 왼쪽에 있는 산과 길 사이에 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산의 산비탈에 새하얀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이라고 해도 그 형상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쭉 뻗은 다리가 가슴께까지 갈라져 있었고
양쪽 팔이 없고 다만 작고 동그란 머리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컴퍼스(compass) 모양을 연상시켰다.

하얗다는 것도,
밤에 산 속에서 흰 옷을 입고 있어봤자 확인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밤이기도 하고, 그 빛나는 사람과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의 체격은 보통 사람보다 두 배 정도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발도 움직이지 않고 스으윽 산비탈을 올라가더니
다시 스으윽 산을 내려갔다.
그 행동을 엄청난 속도로 반복하는 것이었다.

"저게 뭐야! "
U씨는 다리 한복판에서 못이 박힌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앞으로 가야 할지, 다시 되돌아가야 할지…….
친구 집은 다리 건너에 있었고
그 하얀 컴퍼스 인간이 돌아다니는 산 옆을 지나가야 했다.

"에이, 모르겠다! "
U씨는 우산을 내던지고 위스키 병을 안고서 친구 집을 향해 달렸다.
산비탈 쪽은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안 보려고 해도 그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하얗게 빛나는 컴퍼스 인간은
어느새 산을 내려와서 산 밑에 있는 집 뒤뜰에 들어가
그 둘레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집 개는 미친듯이 짖는 것이었다.

U씨는 있는 힘을 다해 그곳을 벗어나서 친구 집에 도착했다.

컴퍼스 인간이 맴돌던 그 집은
딱 1년 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완전히 다 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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