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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9화. 웅크리는 것
F씨라는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단, 말할 수 있는 부분만이에요. "
라는 조건이 처음에 있었다.
'신미미부쿠로' 첫번째 밤에 실린
'달걀귀신을 본 사람'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얘기다.
※링크 : 달걀귀신을 본 사람 1, 달걀귀신을 본 사람 2
F씨는 고베(神戸)시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 고베시의 어느 구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중에 배가 고파서 가까운 편의점에 먹을거리를 사러 갔다.
집에 돌아가는데 전봇대 밑에 여자 한 명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로등 빛을 받아서 잘 보이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그 옆을 지나갔다.
기모노를 입은 뒷모습이 예쁜 사람…….
기모노 차림은 요즘 좀 보기 드물다고 생각하면서
그 여자를 일단 그냥 지나치려다가
잠깐잠깐, 이 늦은 밤에 길가에 앉아 있다는 것은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을 걸어 봤다.
"무슨 일 있으세요? "
그러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
라고 여전히 웅크린 채로 여인이 대답했다.
"그래도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거 아니에요? "
"아니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
라고 말하면서 그 여자가 스으으윽 일어서서 F씨를 보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F씨는
"더 이상은 말 못해요." 라고 했다.
그런 게 어딨냐며 얘기를 이끌어내려고 해도
F씨는 입을 꾹 다물고 열지 않았다.
"사실은요, 예전에 세 번쯤 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했는데
저도, 얘기를 들은 친구들도 그 이후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가 나든지, 다치든지 엉망진창이고…….
그러니까 더 이상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또, 말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그럼 이것만 가르쳐 줘.
자네는 그 여자의 정면 모습을 본 거야?
그 여자 앞모습이 끔찍했어? "
라고 묻자,
"네, 그래요. 엄청난 생김새였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할 수가 없어요. "
라고 F씨가 대답했다.
"뒷모습이 예쁘고, 기모노를 입은 여자였고,
그런데 앞모습을 말 못한다고? "
"예, 말 못해요. "
………….
단, 이 이야기에는 F씨 본인의 뒷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어느날 밤, F씨가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F씨의 집이 산중턱에 있어서 택시는 비탈길을 올라갔다.
조금 더 가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을 때…….
저쪽에 보이는 전봇대 밑에
기모노를 입은 그 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앗, 또 있다! "
F씨가 무심코 한 말에 택시 운전기사가
"손님, 저거 아시나봐요?" 라고 응수했다.
"알고말고요. 무서워요, 저거. "
"그렇다더군요. 저는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택시 동료들 사이에서 유명하더라고요.
여기가 저게 나오는 자리라네요.
말을 시키면 상상도 못할 일을 당하니까 건드리지 말라던데.
그래서 사실은 여길 별로 지나다니고 싶지 않아요. "
그런 대화를 하면서 택시는 그 여자 곁을 지나갔고
F씨네 집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제가 본 그것의 생김새를 말한다는 건, 그것의 정체를 밝히는 거니까
그런 말을 퍼뜨리지 말라고 저에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제 이웃 사람은 이유없이 그냥 무서워서
그걸 봐도 항상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간대요. "
F씨는 끝끝내 그 기모노 여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것은 고베시 어느 구역에 나오는 특유의 것인 듯 하다.
그리고 그 정체는, 역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9화. 웅크리는 것
F씨라는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단, 말할 수 있는 부분만이에요. "
라는 조건이 처음에 있었다.
'신미미부쿠로' 첫번째 밤에 실린
'달걀귀신을 본 사람'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얘기다.
※링크 : 달걀귀신을 본 사람 1, 달걀귀신을 본 사람 2
F씨는 고베(神戸)시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 고베시의 어느 구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중에 배가 고파서 가까운 편의점에 먹을거리를 사러 갔다.
집에 돌아가는데 전봇대 밑에 여자 한 명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로등 빛을 받아서 잘 보이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약간 신경이 쓰였지만 그 옆을 지나갔다.
기모노를 입은 뒷모습이 예쁜 사람…….
기모노 차림은 요즘 좀 보기 드물다고 생각하면서
그 여자를 일단 그냥 지나치려다가
잠깐잠깐, 이 늦은 밤에 길가에 앉아 있다는 것은
분명히 뭔가 사연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을 걸어 봤다.
"무슨 일 있으세요? "
그러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
라고 여전히 웅크린 채로 여인이 대답했다.
"그래도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거 아니에요? "
"아니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
라고 말하면서 그 여자가 스으으윽 일어서서 F씨를 보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F씨는
"더 이상은 말 못해요." 라고 했다.
그런 게 어딨냐며 얘기를 이끌어내려고 해도
F씨는 입을 꾹 다물고 열지 않았다.
"사실은요, 예전에 세 번쯤 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했는데
저도, 얘기를 들은 친구들도 그 이후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가 나든지, 다치든지 엉망진창이고…….
그러니까 더 이상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요.
또, 말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그럼 이것만 가르쳐 줘.
자네는 그 여자의 정면 모습을 본 거야?
그 여자 앞모습이 끔찍했어? "
라고 묻자,
"네, 그래요. 엄청난 생김새였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할 수가 없어요. "
라고 F씨가 대답했다.
"뒷모습이 예쁘고, 기모노를 입은 여자였고,
그런데 앞모습을 말 못한다고? "
"예, 말 못해요. "
………….
단, 이 이야기에는 F씨 본인의 뒷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어느날 밤, F씨가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F씨의 집이 산중턱에 있어서 택시는 비탈길을 올라갔다.
조금 더 가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을 때…….
저쪽에 보이는 전봇대 밑에
기모노를 입은 그 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앗, 또 있다! "
F씨가 무심코 한 말에 택시 운전기사가
"손님, 저거 아시나봐요?" 라고 응수했다.
"알고말고요. 무서워요, 저거. "
"그렇다더군요. 저는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택시 동료들 사이에서 유명하더라고요.
여기가 저게 나오는 자리라네요.
말을 시키면 상상도 못할 일을 당하니까 건드리지 말라던데.
그래서 사실은 여길 별로 지나다니고 싶지 않아요. "
그런 대화를 하면서 택시는 그 여자 곁을 지나갔고
F씨네 집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제가 본 그것의 생김새를 말한다는 건, 그것의 정체를 밝히는 거니까
그런 말을 퍼뜨리지 말라고 저에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제 이웃 사람은 이유없이 그냥 무서워서
그걸 봐도 항상 모르는 척 하고 지나간대요. "
F씨는 끝끝내 그 기모노 여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것은 고베시 어느 구역에 나오는 특유의 것인 듯 하다.
그리고 그 정체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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