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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82화. 새색시

내 대학 후배가 바로 최근에 이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학교 근처의 학생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이다.
어느날 그 기숙사에서, 남은 과제를 하다가 잠이 와서
책상 밑에 발을 집어넣고 방바닥에서 잤다.

그러다가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눈을 떴다.
그때는 겨우 밤 7시였다.
창문 밖에는 아직 햇빛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방 안에는 불도 환하게 켜져 있어서
그다지 무섭다는 느낌도 없었고
그냥 며칠 밤을 새우고 피곤해서 가위눌리나보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 구석에 누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하고 그쪽으로 눈길을 주니
에도시대 식으로 틀어올린 머리에 전통혼례 머리장식을 두르고
혼례용 흰색 기모노를 입은 새색시(※1)가 거기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에는 무슨 천을 들고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방 형광등 빛 아래에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새색시 차림을 한 여자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마치 그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천천히 천에 바늘을 찔러넣고 있었다.

'이 여자는 센닌바리(※2)를 만들고 있어. '
그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때, 왼손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상한 분위기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그는 왼손에 힘을 주었고, '콩' 소리와 함께 왼손이 침대 다리에 닿았다.

그 소리에 새색시가 고개를 휙 들었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일어나서 살며시 그에게 다가가
귓가에 얼굴을 바싹 갖다대고 이렇게 말했다.





"이건 인형이 아닌 것 같네.
하지만 너도 ……같지는 않아. "

'으으아아악! '
소리가 나오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새색시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위에는 군인 같은 남자가 누워 있었다.

의식이 멀어지려는 순간,
방 문이 딸깍 열리고 친구가 들어왔다.
동시에 새색시와 군인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는 그 새색시 차림의 여자가 했던 말 중
'하지만 너도 ……같지는 않아' 에서 ……의 부분이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기절할 뻔했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는 기억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1. 원문은 文金高島田の結髪に角隠しをまとい、白い打ち掛け姿の花嫁さん

분킨타카시마다(文金高島田 bunkintakashimada) : 일본의 여자 머리모양 중 하나.
시마다마게(島田髷 shimadamage)의 뿌리를 높이 올려 우아하게 연출한 것.
현재는 결혼식 등에서 볼 수 있다. '분킨시마다(文金島田 bunkinshimada)'라고도 한다.

츠노카쿠시(角隠し tsunokakushi) : 일본 전통 혼례식 때, 신부가 머리에 쓰는 흰 천.
직역하면 '뿔 가리개'인데, 분노를 숨기고 순종(-_-)하는 아내가 되겠다는 의미가 있으며
옛날에는 질투에 눈이 먼 여성은 뿔이 돋아나서 오니(鬼)가 된다고 믿었으므로
오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주술이기도 하다.

우치카케(打ち掛け uchikake) : 헤이안(平安)시대 조정의 의식 때, 무관이 입던 조끼 모양의 비단옷.
또는, 에도(江戸)시대 무가(武家) 부인의 예복. 현재는 여자의 혼례복으로 씀.

※2. 센닌바리(千人針 senninbari) :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무운(武運)을 빌기 위해,
천 명의 여자가 한 장의 천에 붉은 실로 한 땀씩 매듭을 뜬 것.
군인들은 이를 몸에 지니고 전쟁에 나갔음.


사진 출처 : 후쿠네코, 가발 아울렛 블로그, 일본 위키백과.
센닌바리 사진은 올리고 싶지 않아서 생략합니다. '천인침'으로 검색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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