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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두번째 밤
-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97화. 공포의 백물어 1

몇 년 전에 나는 칸사이(関西 : 오사카, 교토, 고베 등 일본 서부) 지방 방송국의
심야 TV 프로그램 '공포의 백물어'의 구성을 담당하고 있었다.
시청률이 꽤 나와서 화제도 되었고
칸사이 사람이면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공포체험을 했다는 사람을 매주 스튜디오에 불러서 체험담을 들었다.
거기다 '괴담 하면 이 사람'이라는 탤런트 I씨와
퇴마사 S선생이 고정출연해서 스튜디오를 공포로 물들인다…….
재연 드라마도 대본도 전혀 없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제2회가 방송되었을 때,
TV 화면에 유령이 나오지 않았냐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공포체험 이야기를 하는 게스트의 어깨 너머로 탤런트 I씨의 얼굴이 보이는 장면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화면에 한순간 반짝 지나가는데
그것이 사람 얼굴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반향(反響)이 커져서 각 스포츠 신문과 주간지 등이 떠들썩하게 다루었는데
사실 그 빛은 스탭들이 다 아는 상태에서 전파를 탄 것이었다.

그 빛을 처음 본 사람은 여성 AD(assistant director : 조연출)였다.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편집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뒤로 지나가던 그녀가
그 순간적인 빛을 보고 "지금 그거 뭐야?" 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뭐가? "
편집을 하던 연출자와 AD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사람 얼굴이 비쳤어. "
라는 그녀의 말에 난리법석이 일어났다.

한 프레임씩 확인해 보니, 확실히 화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파르스름한 빛이 지나갔다.
그 빛 속에서 눈과 코의 입체감, 그리고 다문 입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남자였다.

프레임 수로 따지자면 약 20프레임.
비디오는 1초에 32프레임이니까
그냥 보면 그 빛은 한순간 반짝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람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빛이 화면을 지나가는 순간에 사람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조명감독에게 보여줬는데
"모르겠어. 물리적으로 말하자면 뭐가 반사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반사될 만한 거울이나 유리도 없고……. "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되면 퇴마사 S선생이 감정(鑑定)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편집실에 찾아온 S선생은 비디오를 본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엄청난 게 찍혔네요. 이 스튜디오에 미련을 품고 죽은 자가 있어요.
그 영혼이 일을 하고 싶다면서 나타난 거예요.
젊은데……. 맞다. 이 스튜디오에서 조연출하시던 분이라도 돌아가신 거 아니예요? "

그 말을 들은 연출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몇 년 전에 신입 AD가, 녹화가 끝난 비디오 테이프를 오토바이에 싣고
방송국에 가려고 녹화 스튜디오를 나선 순간 덤프트럭과 충돌했다.
즉사에 가까운 죽음이었다고 한다.

그 녹화 스튜디오가 '공포의 백물어'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스튜디오였다.
그리고 그 AD의 위령비가 스튜디오 뒤에 조용히 세워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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