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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머리말

백작하녀 2009. 4. 14. 15:14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現代百物語)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머리말

쿄고쿠 나츠히코 (괴담지괴)

(※쿄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 : 일본의 소설가, 요괴 연구가, 아트 디렉터.
문학평론가 히가시 마사오, 신미미부쿠로 저자 나카야마 이치로, 키하라 히로카츠와 함께
괴담모임 괴담지괴(怪談之怪)를 결성했다.
국내에 정식발매된 저서는 백귀야행(이마 이치코의 만화 '백귀야행'과 별개의 작품),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백기도연대 등이 있다.)


드디어 열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당신이 연 것은 이계(異界)로 통하는 문입니다.
이것은 비유가 아닙니다.
책 표지 다음의, 표제 등이 쓰인 페이지를 문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바로 그 문을 연 것입니다.

문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 그것은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문이건 그 사실은 같습니다. 책의 문도 그렇습니다.
책의 문 안에는 많은 '문자'가 쓰여 있습니다.
문자라는 것은 세계의 일부를 상징하는 의미를 가진 도형입니다.
그 도형을 조합함으로써 탄생하는 '말'은 사물을 종이 위에 수놓는 주술입니다.
그 주술이 이어져서 만들어내는 '글'은 말 그대로 세계를 재편집하기 위한 주문입니다.
그 주문을 읽는 것은 '이야기를 하는' 것과 동의어겠죠.
이야기야말로 또 하나의 세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책은 세계를 가둬 놓은 상자입니다.
독서는 그 봉인을 푸는 행위가 됩니다.
독서라는 것은 세계를 깨우기 위한 주술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발을 들여놓은 이 문 안에는 어떤 세계가 갇혀 있을까요?
문에 쓰인 제목은 '신미미부쿠로(新耳袋)'입니다.
그래요. 이제부터 여러분이 읽게 될 주문은 원래 '귀'로 모았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서 몇 개의 '세계'를 문자화하고 정성들여 봉인한 것이 이 책입니다.
그렇다면 읽는 것 자체가 이야기하는 것, 듣는 것이 되겠지요.

모아진 '세계'는 99개.
옛 작법에 따르면 100가지 이야기를 하고 기도하면 괴이한 것이 찾아온다던가……
이 책에는 그 100가지 이야기에서 하나가 빠진 수만큼의 세계가 봉인되어 있습니다.
이런, 하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시죠?
아닙니다. 부족하다고 해서 안심하시면 안됩니다.
당신이 사는 그 세계를 계산에 넣으면, 자, 딱 100이군요.

그래요. 유감이지만 책에는 문은 있어도 출구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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