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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화. 밭에 있는 간판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킨테츠(近鐵) 전차를 타고
키시(喜志)역에서 내려서 스쿨버스로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스쿨버스를 놓치면 30분 정도 터벅터벅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 가을날 해질녘에 나는 버스를 놓치고
학교에서 키시역까지 걸어가게 되었는데
지름길로 가려고 밭두렁길을 걸었다.

주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전봇대 끝에 달린 전구만 밭둑길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 빛에 의지해서 걸음을 재촉하다가
갑자기 발이 멈췄다.

전등 빛이 비치는 길에 사람 그림자가 길다랗게 있었다.
그러나 거기 사람은 없었다.
전등 빛은 밭둑길 옆에 있는 네모난 입간판을 비추고 있었다.
그 네모난 간판 그림자가 사람 그림자 모양으로
밭둑길에 길게 뻗어 있었던 것이다.

머리, 어깨, 길게 뻗은 팔, 그리고 거대한 몸통.
아무리 봐도 남자 그림자였다.

며칠 뒤, 친구 몇 명과 함께
그날과 거의 같은 시각에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역시 전등불 밑에 네모난 입간판이 있었다.
다만, 그 간판 그림자는 그냥 네모난 입간판 모양으로
밭둑길에 길게 뻗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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