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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14화. 갈색 세단

내 친구가 10년쯤 전에 큐슈(九州)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이야기다.
친구 부부는 밤 늦게 니치난(日南) 해안의 펄로드※를 달리고 있었다.
(※펄로드(パールロード pearl road) : 미에(三重)현 토바(鳥羽)시 ~ 시마(志摩)시를 연결하는
미에현 현도(県道) 128호 토바아고(鳥羽阿児)선. 2006년까지 유료도로였으나 현재는 무료)

예정대로라면 벌써 여관에 도착했어야 하지만
도중에 여기저기 들르느라고 늦어지게 된 것이었다.

펄로드는 왼쪽이 산, 오른쪽이 바다라서 도로 전체의 전망이 좋고
반대쪽에서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도 멀리 떨어진 앞차의 테일램프도 잘 보인다.
다만, 다니는 차 수가 적어서 무척 쓸쓸한 곳이었다고 한다.

뒷쪽에서 나타난 갈색 세단이
맹렬한 스피드로 친구 부부의 차를 추월해서 멀어져 갔다.
친구 부부도 어서 여관에 가고 싶어서 상당히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갈색 세단의 테일램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엄청 밟는구만. "

잠시 후, 또다시 갈색 세단이 뒤에서 맹렬한 스피드로 쫓아와서 추월했다.
"어? "
이상하다는 생각에 그 세단을 눈여겨 보았다.
세단은 바로 앞에 있는 커브를 돌아서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친구의 차가 커브를 돌았다.

시야는 다시 트였지만 앞에서 달리고 있어야 할 그 세단이 없었다.
액셀을 밟아서 속도를 높였지만 앞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방금 그 갈색 세단은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갈색 세단이 추월한 거 맞지? "
친구는 옆에 앉은 아내에게 확인했다.
"응, 아까부터 몇 대나 우리 차를 추월했는데 전부 갈색 세단이었어. "
"몇 대나!? "

친구는 CB무선 통신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즉시 앞차를 불러 보았다.
곧 응답이 있었다.
트럭 운전수인데 5km쯤 앞에서 이쪽을 향해 오는 중이라고 했다.
사정 설명을 했더니 3km쯤 더 가면 주차장이 있으니
거기서 만나자고 했다.

친구 부부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큰 트럭이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무선으로 연락한 사람입니다. "
"예. "
싹싹해 보이는 30대의 운전수가 트럭에서 내렸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물어봤다.
"그런데 갈색 세단이 지나가는 건 보셨어요? "
"아니오, 못 봤어요. "
"이상하네요. 분명히 저희 차를 갈색 세단이 추월해서 갔거든요.
아내는 그 차가 몇 번이나 저희 차를 추월했다던데요. "
"도중에 정차했다가 다시 간 것 아닐까요? 고장났다거나 사고가 있었다거나. "
"그렇게 보이진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요. "
"그럼 한번 더 무선으로 호출해 볼게요. "

트럭 운전수는 운전석의 무선장치를 들고 다시 호출을 했다.
응답이 있었다. 상대방도 트럭 운전수라고 했다.
친구 부부와 같은 방향에서 이쪽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갈색 세단을 보면 알려주세요. 어쩌면 사고가 났거나 어디 떨어졌을 수도 있어서요. "
"갈색 세단이면 시방 내 차를 추월혔는디. "
"네? 그럼 갈색 세단은 무사한가요? "
"역시 어디에 세워 놨다가 출발했나 보네요. "
친구는 귀찮은 게 없어져서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잠시 후, 방금 무선으로 대화했던 트럭에서 연락이 있었다.
"세단 찾던 사람들인겨? 갈색 세단, 방금 안 지나갔는가? "
"아니오……. "
결국,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상전화로 경찰과 도로공단에 알렸지만
양쪽 다 "또 나왔어요?" 하고 의외로 냉정한 반응을 보이며
출동할 기색조차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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