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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21화. 터널 안의 8mm 필름

오사카(大阪)와 나라(奈良)를 연결하는 사철(私鐵)전차 터널에도
'나온다'는 이야기가 무수히 많다.

꽤 오래 전 일인데, 나라현 지방신문에
충격적인 사진과 기사가 실린 것을 친구가 보여주었다.

전차 좌석에 여자가 앉아있는 사진이었는데
뒷쪽 창유리에 바깥쪽에서 철썩 달라붙은
인간의 손바닥이 있었다.

정말로 나온다면 영화 필름에 담아 보겠다고
계획을 짜서 실행한 녀석이 있다.
대학 시절에 영화를 찍던 친구인데
그 계획에 나도 억지로 끌어들였다.

사실, 그때 제일 큰 목적은 유령을 찍는 것이 아니라
당시 8mm 컬러 최신기종이었던 후지필름 ZC-1000 카메라를 테스트도 할 겸,
어디까지나 이미지필름에 넣을 한 장면을 찍으러 간 것이었다.

게다가 '나온다'고 유명한 제1터널은 아무래도 무서워서
제2터널에서 찍자는, 처음 배짱에 비해서는 소심한 계획이었다.

멤버는 남자 3명.
밤 10시쯤에 나라시의 친구집에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중간에 밥을 먹고, 현장에는 1시쯤에 도착했다.

이미 막차가 끊겨서 전차가 터널을 지나갈 일은 없었다.
도로점검차가 있기는 해도, 촬영현장을 통과할 시간은 3시쯤이었다.
그때까지 촬영을 끝내야만 했다.

터널 근처의 철도와 도로가 교차하는 다리 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나는 차 안에서 혼자 짐을 지키는
정말 하기 싫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차 안에는 촬영에 필요한 기자재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두 사람은 8mm 카메라와 소도구를 들고 터널을 향해 갔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집이 몇 채 있지만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그냥 기다리는 것도 그다지 마음편한 일이 아니었다.

잠시 후에 두 사람이 돌아왔다.
카메라 배터리를 교환하러 왔다고 했다.
아까 나갈 때 교환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렇기는 한데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배터리를 교환하고 다시 나갔다.

한참 있다가 다시 돌아와서 또 나갔다.
터널 안의 상황을 물어봤더니, 특별히 뭔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전 3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촬영이 끝나고 두 사람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카메라도 마지막에는 순조롭게 돌아갔으니
그런대로 괜찮았다며 그날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터널 안에서 선로를 따라
양초 수십 개를 두 줄로 세워서 촛불을 켜 놓고
암흑 속에 떠오르는 촛불 이미지샷을 찍었다고 한다.

밤 2시에, '나온다'는 소문이 있는 터널 안에서
촛불을 줄줄이 세워놓고 그것을 필름에 촬영하다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며칠 지나서 전화가 왔다.
필름이 현상되었으니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무슨 이상한 게 찍혔어. "
그 말을 듣고 서둘러 그 친구네 집에 갔다.

편집기로 봤더니, 카메라는 촛불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환상적으로 담아냈다.
그것은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분나쁜 화면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카메라 앞에 하얀 침대시트같은 것이 나타나서
촛불이 세워진 줄을 따라 터널 안으로 흐느적흐느적 날아갔다.
그리고 휙 사라지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보았다.
역시 똑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시간은 약 10초 정도였다.

촛불 이외의 빛은 없었다. 조명은 켜지 않았기 때문에
헐레이션(※halation: 화면에서 밝은 부분 주위에 보이는 빛의 고리)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 필름은 작품 일부로 편집되어 대학교 홀에서 상영되었다.
8mm 필름이라서 해상도가 낮았고, 피사체가 어두웠기 때문에
편집기에서는 그렇게 뚜렷하게 보였던 흰색 이상한 물체도
큰 스크린에 확대했더니 해상도가 너무 떨어져서
관객들 중 대부분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필름은 아직 그 친구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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