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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22화. 버스 안의 여자

이 이야기는 대학생 두 명이 아르바이트 출근길 차 안에서 본 것이다.
밤 10시쯤에 요도가와(淀川) 강둑길을
오사카 시내 쪽으로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헤드라이트 빛에 묘한 것이 비쳤다.
아니, 낮 시간이었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길가에 줄줄이 앉아서 풀을 뽑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유치원생이 쓰는 노란 모자와 파란 원복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풀을 뽑고 있었다.
이 시간에 왜 유치원생들이…….

"왜 이 시간에 애들이 풀을 뽑고 있을까? "
운전을 하던 S군이 뒷좌석에 앉은 친구에게 물었다.
"어, 뭐라고? "

그때, 유치원생들의 줄이 끊겼다.
"방금 유치원생쯤 되는 애들이 쪼르르 앉아서 풀을 뽑고 있었잖아. "
"흐음- "
"너는 못 봤냐? "
"나는 몰랐는데. "

그 친구는 아이들을 못 봤거나, 아니면
봤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상하게 생각하기는커녕
"컵라면 살 거니까 편의점이 있으면 차 좀 세워라. "
이런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에 편의점이 있어서
친구는 아르바이트하면서 먹을 컵라면을
양손에 들고 차에 돌아왔다.

친구는 아까처럼 뒷좌석에 탔고
S군은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안 가서 폐차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바퀴 없는 버스가 버려져 있었다.

깜깜한 버스 유리창에 하얀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어? "
S군이 이상해서 자세히 보다가
그 하얀 사람 그림자와 눈이 마주쳤다.

너무 놀라서 마치 쇠줄에 묶인 듯이 경직되어
꼼짝도 못하고 그 하얀 그림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 그림자는 여자였다.
흰 기모노를 입은, 야윈 여자가 씨이익 웃으며 S군에게
오른손을 들어 '이리 와, 이리 와' 하듯이 손짓하고 있었다.

폐차장을 완전히 지난 뒤에야 S군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야, 방금 그거 너도 봤지! "
S군은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친구를 봤다.

"봤어, 봤어, 봤어……. "
양손에 든 컵라면이 다 깨지도록 꽉 움켜쥔 채로
새파랗게 질려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차 안은 부서진 라면 조각으로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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