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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4화. 비둘기가 나오는 방

어느 대학교 기숙사.
제일 안쪽 방에 M군의 선배가 살고 있었다.
그 선배 방에는 비둘기가 나온다고 했다.

아침이 되면 어딘가에서 산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잠자는 선배 머리맡에 앉아서 꾸꾸 운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선배는
그 울음소리에 잠이 깨도 한참 동안 그대로 이불 속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면 비둘기는 어딘가로 날아간 뒤여서
그 비둘기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선배가 외박했을 때, 그 비둘기가 M군 방에 나타났다.
아침에 머리맡에서 비둘기 소리가 났다.
꾸꾸…… 꾸꾸……

어라? 아, 그렇지. 선배가 없으니까 나한테 왔구나.
M군은 눈을 감고 잠결에 그렇게 생각했다.

꾸꾸…… 꾸꾸……
비둘기는 점점 M군 머리 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때였다.
M군은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앗!
눈을 떴지만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운 몸이
아무리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꾸꾸…… 꾸꾸……
비둘기가 M군에게 다가오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아니, 비둘기가 아니야!
M군은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비둘기 소리라고만 생각했던 그 '목소리'가
'사람'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끅끅…… 끅끅……
웃음을 참을 때 새어나오는 낮은 목소리.
아니, 고통을 참을 때 나오는 소리인가.
그 목소리가 머리맡에서,
그것도 바닥에서 십몇 센티미터 정도인 낮은 위치에서 들린다.

게다가 그 목소리는 점점 M군의 귓가에 다가왔다.

입김이 닿을 듯이 가까운 곳까지 왔다.
그러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목소리의 주인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 머리가 다다미 위를 기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낫다.

M군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은 순간,
쿵 하고 뭔가 묵직하게 가슴 위에 올라탔다.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도 M군의 가슴 위로 이동했다.

끅끅끅끅……
M군은 눈을 감은 채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도끼나 낫, 도검 같은 것을 휘두르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몸 위에 올라탄 남자가 물러가기를 필사적으로 빌었다.

한참 지나서야 몸이 가벼워졌고
남자 목소리는 다시 다다미보다 그리 높지 않은 위치로 돌아갔다.
끅끅…… 끅끅…… 끅끅……
목소리는 점점 옆방 쪽으로 이동했고, 드디어 사라졌다.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M군은 간신히 해방되었다.

선배가 비둘기 소리라고 했던 것은
분명히 그 남자 목소리였을 것이다.
그 뒤로 M군 방에는 '비둘기'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선배는 그 뒤에도 몇 번이나 비둘기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일어나면 비둘기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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