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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8화. 집을 지키는 아이

M씨라는 초로(初老)의 신사가
십수년 전에 키소(※木曾:나가노(長野)현 남서부)
산 속 마을에 있는 유서깊은 집안으로 향했다.
그 집은 상당히 큰 저택이었다.

그 집에는 딸이 있었다.
역사가 깊은 집안이니만큼 여기저기서 맞선 자리가 들어왔지만
그 아가씨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전혀 선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은 물론 친척까지 필사적으로 엮어주려는 혼담이 들어왔다.
궁지에 몰린 그 딸이 M씨에게
거절할 수 있도록 부모님을 설득해 줄 수 없겠냐고 상담을 해서
M씨가 키소까지 가게 된 것이었다.

M씨는 그 집 부모님과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날은 후한 대접을 받고,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날 하게 되었다.
여행하느라 피곤하기도 해서 일찍 자고 싶다고 했더니
즉시 안방으로 안내되었다.

아직 밤 9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고 한다.
다다미 12장짜리 넓은 방 한복판에 이불을 깔고 누워
암흑 속에서 가물가물 잠이 들려는데

타다다닥……
복도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대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아이 발소리가 칸막이 너머, 바로 옆방으로 들어왔다.
타다다닥…… 쿵쾅쿵쾅……

잠시 후, 쥐죽은 듯 조용해졌나 싶더니
삭삭삭 발을 끌면서 다다미 위를 걷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어느새 이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발소리는 삭삭삭삭 하며
M씨가 누워있는 이불 주위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허허, 이녀석…… 자기랑 놀자고 떼쓰는구나. '
M씨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피곤해서
그냥 모른척 하며 이불에서 전혀 얼굴을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아이가
이불 틈새로 들여다보려고 쭈그려앉아 있는 기척이 났다.
M씨는 몸을 뒤척이는 척 하며
그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계속 무시했다.

그랬더니 잠시 조용해지는 것 같다가
이번에는 그 아이가 M씨의 머리 위를
몇 번 폴짝폴짝 뛰어넘으면서 놀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어깨 쪽을 자꾸 흔들었다.
그리고 쿵 하며 아이가 이불 위에서
M씨 위에 올라탄 무게가 느껴졌다.

잠시 후 아이의 기척은 사라졌다.
'나 참, 뭐 저런 애가…… '
다시 잠이 들려는 순간,
M씨가 깔고 누운 이불이 죽죽 끌려가서 몸이 덜커덩 흔들렸다.

나중에 생각했지만 그 아이는 유치원생이나
잘해봤자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인 것 같았는데
어른이 누워 있는 이불을 끌고 갈 만한 힘이 있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고 한다.

게다가 분명히 그 집에는
어린 아이가 없다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때는 주죽, 주주죽, 주우욱 계속 끌려가다가
쿵 소리와 함께 뭔가에 부딪친 감촉이 느껴졌다.
결국 칸막이가 있는 곳까지 끌려온 것이었다.

포기하고 이불에서 얼굴을 내놨는데
눈 앞에 있는 칸막이가 스슥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갈라지고 옆방이 나타났다.

그 순간, 어이없으리만큼 센 힘에 눌려
이불째로 둘둘 말려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굴러갔다 싶더니
또 다음 방으로 통하는 칸막이가 양쪽으로 스슥 갈라지고
다음 방을 그대로 계속 굴러갔다.

아니, M씨 입장에서는
굴러간다기보다도 공중을 날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스슥! 스슥!
가는 방향의 칸막이가 차례로 열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현관까지 굴러가서
이불째로 현관 밖에 던져졌다.

"와악! "
놀라 일어났더니 벌써 아침이었다.
현관이 아니라 다다미 12장짜리 안방에 제대로 누워 있었다.
단지 방 모서리의, 칸막이가 있는 곳까지
이불째 이동한 상태였다…….

얼마 안 가서 그 혼담은 취소되었다.
기분 탓인지, 그날 밤에 있었던 이상한 일을
그 가족에게 이야기했을 때부터
다들 그 혼담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그 집 딸이 M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 혼담은 양가 부모님들이 결정한 일이었는데
서로의 집안을 고려해서 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후,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보니
자산가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막대한 빚이 있었고
상대방이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발각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에 그 아이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나서
상대방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일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지? "
M씨는 물었다.
"당신은, 사실 그 혼담을 이어주려고 한 것 아닌가요? "
그녀가 말했다.

사실 M씨는 그녀의 상담요청을 받았을 때
그녀의 부모님에게서도 은밀히
이 혼담을 딸이 승낙하도록 구슬려 달라는 상담을 받았다.

M씨 자신도 나쁘지 않은 혼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매듭지을 작정이었다.
M씨는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당신에게 나가 달라고 한 거겠죠.
그 결혼이 성사되었으면 저희 집도 큰 부채(負債)를 짊어졌을 테니까요.
저희 집안은 그 아이가 지켜주고 있어요.
한동안 안 나왔지만요. "

그리고 그 집에 옛날부터 나온다는
신비한 아이 이야기를 그녀가 들려 주었다.
그것이 '자시키와라시(※座敷わらし:오래된 집을 지키는 정령)'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고 M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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