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0화. 여자에게만 보이는 것

"나는 어렸을 때 무지 급하게 이사한 기억이 있어. "
그가 말했다.
그는 한번 그 일에 대해 부모님께 여쭤본 적이 있었다.
"너는 아직 어렸으니까. "
그때, 누나와 어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은 아버지의 전근 관계로
오사카(大阪)에서 큐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현으로 이사했다.
그는 그때 아직 유치원에도 들어가지 않은 유아였다고 한다.

새 집은 정원이 딸린, 상당히 큰 단독주택이었는데
전근 때문에 산 집이지만 파격적으로 집값이 쌌다고 한다.
그리고 이삿짐 정리도 다 되지 않은 이사 첫날 밤이었다.

한밤중, 가족 4명이 다 같이 자는 방 어딘가에서
여자 울음소리가 났다.
흑흑…… 흑흑……
어머니와 어린 누나가 그 소리에 잠이 깨서
방 불을 켰지만 아무도 없었다.
흑흑…… 흑흑……
여전히 들린다.

"엄마, 누굴까? "
"누구지? 여보, 여보. "
어머니가 불쾌해하며, 깊이 잠든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뭐야? "
"여자 울음소리가 나는데……. "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네. "
아버지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누나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엄마, 아직도 들려. 마당 쪽이야. "
"정말이네. 여보, 여보. "
"아, 뭔데? "
"계속 소리가 나요. "
"무슨 소리? "
"여자 울음소리……. 기분나쁘니까 자기가 좀 보고 와요. "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
"소리가 들려요. 진짜라니까. "
"착각이야. "
"그런 말 하지 말고, 애가 무서워하잖아. 좀 보고 와요. "
"할 수 없구만. 어디서 나는데? "
"아무래도 우리집 정원 같아요. "

아버지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날 4명이 자던 방은, 미닫이문을 열면 툇마루가 있었다.
그리고 그 툇마루의 덧문을 열면 정원이었다.

집 안에서 나오는 불빛과 달빛 때문에 정원이 잘 보였다.
아무 이상한 점이 없는 소나무가 있었지만, 누군가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대로 눈 한번 못 붙이고 아침을 맞이했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는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누나는 밤에 못 자서 멍한 눈으로
아버지에게 간절히 애원했다.
"여보, 우리 이사가요. 여기는 정말 아닌 것 같다니까. "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어제 이사왔잖아. "

아버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을 기색도 없이
양복장 문을 열고 안쪽에 있는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맸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어머니가 절규하고는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었다.
비명소리를 들은 누나가 달려왔다.
"엄마, 왜 그래? 꺄아아아―!!! "

아버지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뭐야, 왜 그래!? "
어머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어머니와 누나는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출근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퇴근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있으니 어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짐 정리도 안하고 어디 갔다오는 거야? "
"미안해요. 잠깐 이웃집에 인사하러……. "
"이웃? 내 퇴근시간쯤은 알잖아! "
"……. "
"그리고 당신, 여기 있던 양복장은 어쨌어? "
"팔았어요. "
"팔아? 왜? 아직 새거잖아. "
"자기는…… 정말 몰라? 정말 아무것도 못봤냐고! "
"뭐 말이야? "

어머니는 아침에 본 것 이야기를 했다.
양복장 안에 달린 거울.
그 거울을 보면서 넥타이를 매는 아버지.
거울 속에서 팔이 한 쌍 나와서 아버지 목에 감겨 있었다.
아버지의 목을 살며시 조르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다가오는 아버지의 목에 팔이 계속 감긴 채로
아버지가 움직이는 거리만큼 그 팔도 길어졌다.
아버지가 걸으면 걸을수록 팔이 더 나오는 것이었다.
거울 속에서 몇 미터나 나와있는 하얀 팔.
그 형상은 팔이 마음대로 늘어나는 괴물이었다.

"말도 안돼! 나는 못봤어. 그런 소리를 누가 믿냐?
그보다도 내일 당장 그 양복장이나 도로 갖다놔. "
아버지는 어머니의 설명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날 밤도 정원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다시 공포를 견딜 수 없어서 아버지를 깨웠다.
"또 시작이야? 나 피곤해. 사람 잠 좀 자자. "

또 어제처럼 무시한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정원 쪽에서 소리가 났는데 도둑 아니야? "
"뭐? 도둑!? "
아버지는 도둑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서 덧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소리가 났어? "

아버지가 돌아본 순간, 어머니의 눈에
정원의 소나무 가지에 목을 맨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보였다.
"꺄악! "
어머니는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렸다.
뭐냐고, 왜 그러냐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다그쳤지만
어머니는 웅크린 채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3일째 아침, 어머니는 폭발했다.
이 집을 떠나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오사카에 돌아가요. 지금 하는 일도 그만두고.
나, 이제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그래도 안된다면 애들을 데리고 친정에 갈 거예요. "

그리고 어머니는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여관으로 간 것이었다.

얼마 뒤, 아버지는 일을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오사카로 돌아갔다.
후쿠오카에 남겨진 집은 비워놓기 아깝다고
세를 놓아서 가족의 생활비로 이용했다.
세입자가 금방 들어왔지만 일주일도 안 되어서 나갔다.
그 뒤에도 몇 명이 그 집에 살았지만
아무도 오랫동안 거기 살지는 못했다.

결국 세입자가 없는 상태로 며칠이 지난 어느 아침,
출근준비를 하는 아버지의 목에
거울에서 나온 가늘고 흰 팔이 뻗어가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친구란 친구는 모두 전화를 해서
푸닥거리를 해 줄 사람을 찾았다.
영능력자를 찾았지만 아버지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그럴수록 더 울면서 호소했다.
특히 이상하리만큼 매달리는 딸의 태도가 아버지를 움직였다.

이튿날 아침, 영능력자가 찾아왔다.

"당신들, 지독한 게 붙어 있네요.
어쩌다가 이런 걸 달고 다녀요? "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영능력자가 한 말이었다.

어머니가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 집에서 손을 떼요. "
영능력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까지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타났지만
아무도 살지 않게 되니까 집주인을 쫓아왔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버지는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가족분들의 목숨이 걸렸습니다" 라는 말에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집은 굉장히 싼 가격으로 부동산 업자에게 팔아넘겼다.

"그때 너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잤으니까……. "
어머니와 누나는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자들에게만 보였던, 희고 가늘고 긴 팔 이야기였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