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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8화. 옆집 여자
도쿄에 가면 그의 아파트에서 자주 신세지곤 했다.
그는 밤 늦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거나
오디오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들었다.
"옆집에서 뭐라고 안해? "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항의는 없었다고 한다.
그가 사는 집은 문화주택 2층의 제일 끝방인데
아랫집에 사는 사람은 거의 집에 없었고
옆집도 소심한 건지,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전혀 아무 말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웃에게 폐를 끼칠까봐 조심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한테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공간이야. "
그는 놀러온 친구들에게 늘 그렇게 말했다.
옆집 사람과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가끔 보게 되면 고개만 꾸벅하는 정도였다.
어머니와 딸, 둘이서만 사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말이 없는 보통 아줌마였는데
두 번쯤 봤던 딸이 이상했다고 한다.
여름이 코 앞이었을 때, 그 딸은 이런 차림새였다고 한다.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목도리, 선글라스, 검은 투피스,
발에는 두꺼운 검정 타이츠같은 것과 검은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검은 장갑까지 껴서
연령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복장으로 봐서
젊은 아가씨일 거라고 겨우 추측할 수 있었다.
피부라는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검은 옷의 여자.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검은 여자.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는 모골이 송연했다고 한다.
'분명히 병이나 뭐 그런 사연이 있을 거야. '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에 그 집에서 이사를 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옆집이 무섭다고 했다.
어느날 저녁, 잠깐 집 앞에 나가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마침 그곳을 지나던 검은 옷의 아가씨와 부딪쳤다.
그 바람에, 아가씨가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과일과 통조림 등이 튀어나와서 좁은 복도에 떨어졌다.
"앗, 죄송합니다. "
그는 당황해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옆집 딸에게 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걸 완전히 무시하듯이
옆집,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자기 집 현관문에
손을 대고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는 그대로 안에 들어가는 그녀의 종이봉투에
주운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옆집 딸은 말없이 문을 닫아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 딸이 문을 닫을 때, 검은 윗옷 소매끝이 살짝 뒤집혀서
그녀가 뻗은 팔의 손목 부분 맨살이 보인 것이다.
맨살이 아니었다.
얇은 금속판 한 장이었다.
그리고 검은 장갑 속의 손 부분을 향해
작은 나사못 몇십 개가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의수(義手)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날 밤, 놀러온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바보야, 그런 이상한 의수가 어디 있냐? "
그 말을 들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문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고 닫은
그 손은 의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얇은 금속판 한 장으로 만든 의수라니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의 신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검은 옷으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동시에, 옆집이 항상 조용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항의 한 번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옆집에서 무슨 소리가 난 적도 없었던 것이다.
소리가, 생활하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벽이 얇은데도…….
옆집의 어머니와 딸은 이 얇은 벽 너머에서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는 것인가.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생활.
그 딸의 정체…….
만약 지금 이 얇은 벽이 무너져서
옆집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알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거기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집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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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8화. 옆집 여자
도쿄에 가면 그의 아파트에서 자주 신세지곤 했다.
그는 밤 늦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거나
오디오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들었다.
"옆집에서 뭐라고 안해? "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항의는 없었다고 한다.
그가 사는 집은 문화주택 2층의 제일 끝방인데
아랫집에 사는 사람은 거의 집에 없었고
옆집도 소심한 건지, 신경을 안 쓰는 건지
전혀 아무 말도 없었다.
처음에는 이웃에게 폐를 끼칠까봐 조심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한테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공간이야. "
그는 놀러온 친구들에게 늘 그렇게 말했다.
옆집 사람과 얼굴을 마주치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가끔 보게 되면 고개만 꾸벅하는 정도였다.
어머니와 딸, 둘이서만 사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말이 없는 보통 아줌마였는데
두 번쯤 봤던 딸이 이상했다고 한다.
여름이 코 앞이었을 때, 그 딸은 이런 차림새였다고 한다.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를 얼굴에 하고
목도리, 선글라스, 검은 투피스,
발에는 두꺼운 검정 타이츠같은 것과 검은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검은 장갑까지 껴서
연령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복장으로 봐서
젊은 아가씨일 거라고 겨우 추측할 수 있었다.
피부라는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검은 옷의 여자.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검은 여자.
그 여자를 처음 봤을 때는 모골이 송연했다고 한다.
'분명히 병이나 뭐 그런 사연이 있을 거야. '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에 그 집에서 이사를 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옆집이 무섭다고 했다.
어느날 저녁, 잠깐 집 앞에 나가려고 현관문을 연 순간
마침 그곳을 지나던 검은 옷의 아가씨와 부딪쳤다.
그 바람에, 아가씨가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과일과 통조림 등이 튀어나와서 좁은 복도에 떨어졌다.
"앗, 죄송합니다. "
그는 당황해서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옆집 딸에게 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걸 완전히 무시하듯이
옆집,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자기 집 현관문에
손을 대고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는 그대로 안에 들어가는 그녀의 종이봉투에
주운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옆집 딸은 말없이 문을 닫아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는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 딸이 문을 닫을 때, 검은 윗옷 소매끝이 살짝 뒤집혀서
그녀가 뻗은 팔의 손목 부분 맨살이 보인 것이다.
맨살이 아니었다.
얇은 금속판 한 장이었다.
그리고 검은 장갑 속의 손 부분을 향해
작은 나사못 몇십 개가 박혀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의수(義手)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날 밤, 놀러온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바보야, 그런 이상한 의수가 어디 있냐? "
그 말을 들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문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고 닫은
그 손은 의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얇은 금속판 한 장으로 만든 의수라니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의 신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검은 옷으로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동시에, 옆집이 항상 조용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항의 한 번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옆집에서 무슨 소리가 난 적도 없었던 것이다.
소리가, 생활하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렇게 벽이 얇은데도…….
옆집의 어머니와 딸은 이 얇은 벽 너머에서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는 것인가.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 생활.
그 딸의 정체…….
만약 지금 이 얇은 벽이 무너져서
옆집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알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거기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집을 떠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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