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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2화. 호수 사진

카메라맨 N씨는 고등학교 때 딱 한번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심령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그 당시 N씨는 사진부 소속이었는데
풍경사진에 푹 빠져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촬영한 필름을
학교에 가져가서 암실(暗室)에 틀어박혀 현상하곤 했다.

그리고 그날도 암실에 들어가서
어느 호수 주변을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있었다.
많은 사진을 현상하다가
심장이 쿵 내려앉는 이상한 사진이 현상된 것을 알았다.

그 사진에는 분명 호숫가가 찍혀 있어야 했는데
현상된 사진에는 호수와 호숫가 사이에
석축(石垣)이 찍혀 있었다.

'이런 데 축대가 있었던가? '

그 사진 앞뒤의 다른 사진들을 봤지만
축대 같은 건 찍히지 않았다.
현상 실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사진에 찍힌 축대를 다시 봤는데
그 돌 하나하나에 표정이 있었다.

"우왓, 축대가 아니야! 이건 사람 얼굴이잖아! "
만일 그것이 겹겹이 쌓인 사람 머리라면
그 수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N씨는 공포에 질려 무심코 그 사진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급히 교무실로 뛰어들어가 사진부 담당 선생님에게 보고했다.

"저기 있잖아, 선생님도 말이다.
사진 경력이 몇십 년 되지만 심령사진 같은 건 기분 탓이야.
착시현상이 아니더라도 현상실수나 뭐가 반사된 거야.
어디 보자. 선생님이 그 사진을 판정해 줄게. "

선생님은 의기양양하게 암실에 들어갔지만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선생님이랑 절에 가자. 이건 공양을 드려야겠다. "

선생님은 그 말만 하고는 아직 덜 마른 사진을 봉투에 넣고
N씨를 차에 태워서 절에 데려갔다.
가는 도중에 뭘 물어봐도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었지만, 사실은 선생님도
별달리 절에 마음이 짚이는 데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차를 타고 상당히 갔더니 간소한 산사(山寺)가 보여서
일단 들어가 보자고 차에서 내려 돌계단을 올라갔는데
문 앞에 그 절의 주지스님같은 사람이 서서 N씨와 선생님을 보고 있었다.

"잘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
"저……. "
"두 분이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사진 때문에 오셨지요?
사진은 제가 맡아두겠습니다. 그 사진은 공양을 바라고 있습니다. "

스님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놀란 선생님은 횡설수설하면서도 그 사진을 주지스님에게 맡기고
공양이 끝나자 사진을 그 절에 바치고 왔다고 한다.

"좋은 일 하셨습니다. "
돌아올 때 주지스님은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을 문까지 배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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