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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3화. 고사진(古写真)

쇼와(昭和) 7년(1932년)에 찍힌 심령사진이 우리 집에 남아있다.
그 사진에 관한 할아버지의 그 당시 일기, 기록도
사진과 함께 우리 집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는데
거기에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적혀 있어서
여기서는 할아버지의 기술(記述) 인용을 중심으로 그 사진을 소개해 보려 한다.

내 고향에는 성이 있다.
전국시대(戦国時代)에 지어졌고 멸망한 그 성은
오래도록 성 터에 돌담만 남아 있었지만
쇼와(昭和) 초기에 큰 사원을 건설하여
거대한 성의 영화(栄華)를 되살리려는 계획이 추진된 적이 있다.

사원은 데구치 오니사부로(※出口王仁三郎:1871?~1948. 오오모토교 교주)를
지도자로 하는 오오모토(大本)교의 사원이 될 예정이었는데
데구치 오니사부로와 추종자들이 시찰을 하러 왔다.

그것이 쇼와 7년(1932년) 10월 18일,
이 날은 일본 각지에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그 성과 성 아래 마을에는 비가 전혀 오지 않았다고 할아버지의 기록에 남아있다.

데구치 오니사부로라는 인물은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사람으로
일설에 따르면 기후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등
영능력자로서의 힘을 가진, 그 당시의 카리스마적 존재였다고 한다.
또, 그가 교주인 오오모토교는 당시 지부(支部) 수가 710여 곳,
세계 각국에 확장되어 신자는 일본 국내만 해도 약 10만명이었다고 한다.

그 사진은 데구치 오니사부로가 시찰할 때 그 성터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어떤 사진인지를 할아버지가 남긴 일기 및 기록에서 발췌해 보았다.
또한, 글 속에 '나카야마(中山)'라고 나오는 것은 내 할아버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사진관 주인이 기념사진 여러 가지를 모아서 기록계의 나카야마에게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중 한 장을 집어서 수상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카야마 씨, 이것 좀 보세요. 이상한 게 찍혔어요. 도대체 뭘까요? "
나카야마는 그것을 보고 앗 소리를 내며 놀랐다.

그 사진이라는 것은
남쪽 센죠지키(※千畳敷:다다미 천 장을 깔 수 있을 만큼 넓은 방)의 전망대에서
사람이 넘쳐 떨어질 듯이 북적대는
천수각(※天守閣:성에서 가장 높은 망대) 방향을 향해 찍은 것이었는데
오니사부로의 가마는 그 중간쯤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오니사부로 부부가 있는 곳보다 한 단 위의 돌담 꼭대기에
무엇인가 몽롱한 망령같은 모습이 찍혀 있는 게 아닌가.
(생략)

그 환영(幻影)이란 것을 잠깐 보니,
머리가 없는 인간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었다.
성자 오니사부로 뒤에 그런 환영이 보이다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게다가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서 두 장을 찍었는데
그 중 하나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고
다른 한 장에는 뚜렷하게 찍혀 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겨드랑이 밑에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태껏 보고 듣지 못한 세상, 일찍이 몰랐던 세계를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이 또한 성자 데구치 오니사부로의 위엄과 덕망에 탄복하는 까닭이다.
(생략)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히라이(平井) 회장이 나카야마의 집에 허둥지둥 달려와서
영혼이 하나 더 찍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지난 밤에 총대표와 협의회장 모임 자리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기념사진은 바닥에 놓을 새가 없을 정도로
다들 손에서 손으로 돌려가며 열심히 봤는데,
사진을 보다가 이번에는 끔찍한 형상을 한 무사가
백발을 곤두세우고 목 쪽에는 창에 찔린 상처가 있고
피투성이인 것 같은 한맺힌 얼굴의 영혼이 찍힌 걸 발견해서 지금도 몸이 떨리네요. "

그 말을 들은 나카야마는 그 자리에 쓰러지다시피 해서
간밤의 사진들을 꺼내 보았더니
과연 섬뜩한 형상의 무사 머리가!!!

할아버지의 일기에는 그 때 마을의 소동과
사진의 해석 등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데구치 오니사부로도 그 사진에 독자적인 판정을 내려,
이 영혼은 무사가 아니라
쿠니토코타치노미코토(※国常立尊:일본 신화에 나오는 신)의 모습이다.

목에는 곡옥(曲玉)이 걸려 있고, 턱에는 흰 수염이 있으며
남쪽을 향해 서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쿠니토코타치노미코토라는 것은 명백히 알 수 있다.
이리하여 이 땅은 신이 다스리는 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고 한다.

정체가 무엇이든간에 확실히 기분나쁜 것이 찍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 사진을 소중히 보관하셨던 것이다.

어렸을 때, 그 사진을 보고 무서움보다도 흥미가 앞서서
친구들을 불러서 보여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몇 명이 사진을 본 순간, 얼굴이 새파래져서
"망령은 둘만 있는 게 아니야. 온 돌담에 얼굴이 잔뜩 있어! "
라며 얼굴을 돌리기도 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아무 생각 없이
어느 친구에게 그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 친구도 역시 똑같은 말을 하면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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