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6화. 장례식 비디오에 찍힌 것 2

친구가 일하는 스튜디오가 1년쯤 전에
어느 장례식에서 비디오 촬영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결혼식 비디오라면 일상다반사였지만
장례식 비디오 의뢰는 1년에 2~3번 있을까 말까였다고 한다.

어느 회사 회장의 장례식이라서 상당히 규모가 컸다.
촬영을 마치고 스튜디오에 돌아가
그날 촬영한 테이프를 모니터로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흐아아! "
카메라맨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렌즈에 먼지라도 붙었어요? "
모니터를 보던 어시스턴트가 얼굴이 새파래져서 물었다.

"왜 그래? "
"뭐야? "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실패야. 완전히 다 날렸다고. "
화면 중앙에 있는 고인의 사진 앞에
검고 둥근, 흐릿한 것이 찍혀 있었다.

렌즈에 붙은 먼지.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카메라맨은 자기 실수라고 생각하고 당황했던 것이다.

하지만 잘 보면 먼지가 아니었다.
만약 렌즈에 먼지가 붙었다면 카메라가 이동하거나 줌을 할 때,
혹은 장면이 바뀌거나 해도
화면에는 동일한 위치에 검은 것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 검은 것은, 제단에 있는 고인의 사진을 계속 가리듯이
그 사진 앞에 분명히 '존재'했다.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그 검은 것이 화면에서 벗어났다.
제단에 놓인 사진이 크게 찍히면 검은 것도 화면에 크게 찍히고
장례식장 전체를 찍으면 제단 위에 조그맣게 보였다.

그리고 어느 장면이든지 고인의 사진 속 얼굴이
그 검고 둥글고 흐린 것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렌즈 문제도 아닌 것 같고, 그럼 이건 뭐지?
촬영중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
카메라맨은 몹시 이상해했다.

"귀신이야. "
누군가 말했다.
그때, 검은 것이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고
고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재생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검은 것이 제단 위에 존재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의지를 가진 것처럼
고인의 얼굴 앞에 떠 있었다.

얼마 있다가,
"앗! "
카메라맨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야, 이게 뭐 같냐? "
재빨리 테이프를 되감아서 재생했다.

향을 피우는 장면이었다.
카메라가 향을 피우는 사람들을 옆에서 담고 있었다.
이윽고 고인과 동년배인 초로(初老)의 신사가 화면에 나타나자,
아마도 제단 위에 있었을 '그것'이
이번에는 화면 왼쪽으로 스르르 들어와서
신사 앞에서 빙글 회전하고는 가슴 속으로 스윽 들어가서 없어지는 것이다.

겨우 2~3초 사이에 생긴 일이었다.
화면 안에 들어온 검은 것은 진행방향과 반대쪽에
꼬리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마치 검은 사람의 혼 같았다고 한다.

제작회사에서는 전반부의 제단 부분과
그 신사가 향을 피우는 부분을 편집해서
의뢰를 한 회사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납품했다.

다만, 그 진기한 현상을 또렷하게 담아낸 비디오 테이프는
복사를 해서 보존되어 있다.
단지, 봉인을 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게 되어 있다고 한다.

"보지 마. 보면 인생관이 변한다. "
그 친구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