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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58화. 여우의 화신(化身)

이것은 몇 년 전에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생긴 일이다.

미리 밝혀둘 것이 있다.
이 일을 체험한 Y군 자신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똑같은 주석(注釋)을 달았다.

카미가타(주1) 라쿠고(落語:만담)
'만쥬(주2)가 무서워'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식으로 공연할 때는 여우에게 홀리는 묘사가 나오는데
지금부터 소개할 Y군의 이야기는 그 만담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Y군 자신도 그 만담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을 체험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 소개하는 이야기는, 만담을 인용한 것이 결코 아니다.

Y군은 원래 홋카이도 북부 출신인데
학창시절 친구 몇 명과 함께
이시카리(주3)지방에 놀러갔을 때 일이다.

저녁때, Y군 일행은 담력시험을 했다.
산으로 가는 오솔길이 하나 있었는데 그 길 중간에 신사가 있었고,
그 신사에 한 명씩 가서 지정된 물건을 놔두고 온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Y군의 차례가 되었다.

터벅터벅 혼자서 산으로 가는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가는 방향 앞쪽 길가에 기모노를 입은 젊은 여성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더 앞쪽에 남자 등산객 한 명이
Y군 쪽을 향해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등산객이 그 여자를 보고 말을 걸었다.
"죄송한데 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나요?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요. "

"예, 이 길을 이삼십 분 그대로 쭉 내려가면 마을이 나와요.
그럼 금방 역을 찾을 수 있어요. "
여자가 대답했다.
그때 얼굴이 살짝 보였는데, 상당히 예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근처는 로컬선(주4)이라서
지금 시각이면 다음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역에서 2시간쯤 기다리셔야 될 거예요. "

"아, 그래요? 어떡하지……. "
"그러시면 잠깐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바로 근처니까 괜찮아요. "
"아, 진짜요? 고맙습니다. 그럼 초면에 실례지만……. "

예쁜 여자가 초대하면 나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등산객은 기분좋은 듯이 여자의 안내를 따라 잡목림 안으로 들어갔다.

Y군은 잡목림 안으로 사라진 남녀에게 흥미를 느끼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 큰 저택이 보였다.
두 사람은 그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
Y군도 거기서 그만두면 좋았을 텐데 그 저택의 정원에 숨었다.

무엇이 Y군을 그런 행동까지 하게 만들었냐면
그 남녀의 대화가 저택 안에서 정원까지 또렷이 들렸다는 것이다.
내용은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같긴 했지만
Y군은 분명히 그 미인이 남자를 유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Y군의 직감대로 남녀가 정사를 나누는 그 소리가
저택 안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집 안을 어떻게 좀 훔쳐볼 수 없을지 둘러보니
장지문에 창호지를 발라놓은 방이 있었다.

소리는 그 방 안에서 들려왔다.
거기까지 가서 물러날 Y군이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방 안을 엿보았다.

여자의 하얀 다리가 가로로 뻗어 있었다.
남자의 다리가 그 위에 엉켜서
꾸물꾸물 움직여 시야에서 벗어났다.

두 사람이 이동한 방향으로 구멍을 하나 더 뚫어서 들여다봤다.
여자의 다리와 남자의 다리가 얽혀서
또 꾸물꾸물 움직여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런 일이 4번쯤 반복되었다.

"야! "
친구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Y군은 말의 항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창피한 이야기는 진짜 있었던 일이니까 말하는 거지,
뭐 때문에 일부러 지어내겠어요? "
Y군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주1 : 上方。교토(京都) 및 그 부근.
주2 : 饅頭。밀가루, 메밀가루, 쌀가루 등으로 만두피같은 껍질을 만들어서 단팥을 넣은 과자.
주3 : 石狩。홋카이도 서부. 삿포로(札幌)시.
주4 : 간선에서 분리되어, 어떤 특정지역에서 여객운송을 하는 철도나 버스노선.
출처 : goo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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