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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68화. 절의 다이텐구(大天狗)

친척이 교토(京都)의 어느 절을 소유하고 있다는 F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름방학이 되면 가족들이 다 함께 그 절에 잘 놀러갔다고 한다.
그 절의 주지스님은 상당히 유명한 고승(高僧)이라고 한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한동안 그 절에 가지 않았는데
4, 5년쯤 전에 F씨는 오랜만에 그 주지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는 갑자기 여우, 너구리, 요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되었다.

"정말로 그런 게 있을까요? "
"그럼 마침 오늘 밤에 텐구가 여기 올 터이니 자고 가게나. "

반신반의하며 그날 밤 절에서 잠을 자는데,
밤 10시가 넘었을 때 갑자기 지면이 흔들리고
쿠웅―! 하며 땅이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진동이 한 번밖에 없는 게 지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지스님이 방에 들어와서 말했다.
"텐구가 왔다네. "

주지스님의 이야기로는, 어떤 산이든지 한 걸음에 넘을 수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텐구가 있다고 한다.
그게 일본 각지의 절을 순례하고 있는데 그날 밤이 그 절 차례였던 것이다.
아까 그 소리는 텐구가 절 문에 앉아서 쉬는 소리였다고 했다.

F씨는 밖에 나가서 절 입구의 문 위를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아무한테나 보이는 것이 아닐세. "
라는 말을 듣고, 그것도 그렇구나 하며 그때는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튿날, F씨는 절의 동자승을 붙잡고 물었다.
"넌 텐구를 본 적이 있니? "
"텐구는 아무한테도 안 보여요.
하지만 우리 주지스님은 텐구를 볼 수도 있고 부를 수도 있어요. "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저녁, 할머니 한 분이 주지스님을 찾아와서
독경(読経)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본당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그 할머니는
"사실은 미련이 하나 남아서요.
염원했던 이세신궁(伊勢神宮) 참배를 못 했던 거랍니다.
부디 이 소원을 이루어 주세요" 하며 구슬피 애원했다.

"그것만 이루어 드리면 되나요?
그럼 텐구에게 모셔다 드리라고 하지요. "

주지스님이 그렇게 말하자, 쿠웅―! 하고 절 앞마당 땅이 울렸고
그 순간, 그 할머니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에는 그 할머니가 다시 나타나서
주지스님에게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고마워했다.
손에는 이세신궁 명물인 과자 상자를 들고.
……그리고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 할머님은 그제서야 겨우 성불하신 거예요. "
동자승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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