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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0화. 병원의 라면집

디자이너 S씨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갔다.
정신이 들었더니 병원 침대 위에 있었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았지만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는지 특히 가슴 쪽이 아팠다.

밤이 되어서 체력도 조금 회복되었고 배가 고팠다.
병원 밥이라는 건 왜 그렇게 이른 시간에 나오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맛이 없는지.
보통 사람이라면 병원 저녁밥만 먹고서는
도저히 잘 때까지 견딜 수가 없다.

어쩌다가 사고가 났는지 생각하는데 이동식 포장마차 라면집 소리가 났다.
S씨의 침대는 창가 쪽이었다. 괴로웠다.

"라면 아저씨! 병원 안인데요, 움직일 수가 없어서 창문으로 좀 부탁할게요. "
"예~이! "
대답이 들리고, 조금 있으니 라면집 주인의 손이 창문으로 라면 그릇을 넣어 주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
"아, 고마워요. 여기 천 엔요. "
이번에는 거스름돈이 들어왔다.

"그릇은……. "
"예, 내일 또 여기를 지나가니까 그때 주세요. 고맙습니다. "
그렇게 말하고, 라면 포장마차 소리는 멀어져 갔다.

라면을 다 먹고 한숨 돌렸다.
그런데 라면 그릇을 의사나 간호사가 보면 큰일이었다.
어떡할까 생각했지만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침대 밑에 숨겨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 회진을 온 의사가 눈치도 빠르게 찾아내고 말았다.

"이 그릇은 뭡니까? "
"죄송합니다. 배가 고파서 그만……. "
"라면을 여기까지 배달해 주던가요? "
"아뇨, 이 창문으로 받았는데요. "
"창문으로요? "

의사도 간호사도 이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왜 그러시는지……. "
"왜 그러냐니요? 여긴 3층이에요. "
"예? "
"아, 어제 입원하실 때는 의식이 없어서 모르셨겠네요. "
"그래도 분명히 여기서…… 맞아요, 거스름돈까지 받았다고요. "
"어떤 라면집이었는데요? "

"그냥 평범한 포장마차 라면집이라고밖에…….
아, 오늘 밤에도 여기 올 거예요. 그때 이 그릇을 돌려주기로 약속했으니까요. "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 라면 포장마차가 오면 당직 간호사를 불러 주세요.
그릇을 돌려주고 오라고 해 놓을게요. "

역시 그날 밤에도 라면집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의사가 말한 대로 버튼을 눌러서 간호사를 불렀다.

"어제 그 라면집이 왔는데요. "
"그 라면집이요? "
"그래요. 틀림없이 그 소리예요. "
"알았어요. 그럼 그릇을 돌려주고 올게요. "

간호사는 그릇을 손에 들고 병실을 나갔다.
과연, 어제 그 라면집 주인의 목소리였지만 상당히 멀리서 들렸다.

"라면 아저씨……. "
방금 그 간호사 목소리가 들렸고, 뭔가 주고받는 분위기였다.

잠시 있으니 간호사가 돌아왔다.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릇을 보여주고, 이건 아저씨네 그릇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제 여기를 지나갔을 때 우리 환자에게 라면을 팔았냐고 물으니
1층의 환자가 불러서 한 그릇을 주문했다고 했다.

정말로 1층이었냐고 물으니,
"예, 환자분이 귀찮았는지 창문으로 배달을 시키더라고요. "
라며 머리를 긁적였다고 한다.

"아저씨는 3층 환자분한테 라면을 주신 거예요. "
그렇게 말하자, 깜짝 놀라서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히 창문에서 계산을 했는데……. "

어떤 창문이었냐고 묻자, 라면집 주인은 병원을 보고 앗 하며 놀랐다.
1층 창문은 전부 방범창이 되어 있었다.
어제 그 창문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그릇을 돌려주고 돌아왔다고 그 간호사는 말했다.

그 뒤로 거의 매일 밤마다 그 라면 포장마차가 지나갔지만
그날 밤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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