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갈림길

백작하녀 2009. 4. 18. 15:55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4화. 갈림길

그녀의 고향집 뒤에는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뒤덮인 산이 있다.
산중턱에는 방공호 흔적이 있다.

"거기 가면 안된다. "
그녀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뒷산에 못 가게 하셨다.
어느날 저녁때가 다 되었을 때,
집 마당에서 놀다가 생긴 일이다.

"이리 와……. 이리 와……. "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여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부르는데……. 날 부르는 걸까? '
그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더니
밭으로 가는 밭두렁길이 나왔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뒷산인가? '
얼떨결에 대나무 숲 속에 들어갔다.
눈 앞에는 동굴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금지된 장소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앗, 여기 들어가면 혼나는데……. '
당황해서 동굴을 등지고 집에 가려는데
다름아닌 등 뒤의 그 동굴에서 여자 목소리가 났다.
"이리 와……. 이리 와……. "

'역시 날 부르고 있어……. '
동굴 안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마치 목소리에 홀린 듯이 안으로 들어갔더니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동굴 안쪽이 두 개로 갈라져 있고
그 중 한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왔다.

어느샌가 그녀는 바람이 나오는 안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꽤 오래 뛰었는데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고 한다.
암흑 속의 동굴을, 단지 목소리와 바람에 의지해서 계속 뛰다가
드디어 동굴 안쪽에서 빛이 보였다.

거기에는 큰 강이 있었다.
강 건너편에는 아름다운 꽃밭이 펼쳐져 있고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것이었다.

'와, 예쁜 꽃밭이다. 가보고 싶어……. '
강에 다가갔더니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그 강을 건너갔다.
모두 얼굴에 표정이 없다는 것은 어린 마음에도 알 수 있었다.
그 무표정한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강을 건너갔다.

그녀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강 건너의 할머니는 등을 휙 돌리고 가 버렸다.
'아, 이제 저녁인데 집에 가야지! '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 암흑 속을 달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발이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걱정이 되어서 찾아나선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
그녀가 넘어진 곳은 분명히 동굴 안이었는데,
밭두렁길에 쓰러져서 발견된 것이었다.

"언제부터 이런 데서 자고 있었냐? "
이상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아버지에게 그 할머니 이야기를 하자,
그런 할머니는 모른다길래 그녀는 아버지를 동굴까지 안내했다.

"여기는 오면 안된다고 했지!? "
아버지는 호통을 쳤지만, 다시 본 동굴 안은
아까처럼 어둡지도 않았고 바로 몇 미터 앞에서 막혀 있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같은 것은 없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