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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77화. 무화과 나무

한큐(阪急)전철 쇼쟈쿠(正雀)역 근처의 건널목에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의 가지가, 1층짜리 주택 세 채가 늘어선 곳에서
담을 넘어 건널목 방향을 향해 자라났다.

전차 통행에 방해가 되어서 역무원이 가지치기를 했지만
가지를 자르면 반드시 그곳에서 사고가 난다고 한다.
자동차와 전차의 접촉사고, 자전거 접촉사고,
인신(人身)사고, 동물이 치이는 일도 있었다.

나뭇가지를 자른 뒤 일정기간 동안에 꼭 그런 사건이 발생해서
최근에는 가지를 자를 때 반드시 기도사(祈祷師)를 불러서
기도를 올리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 채가 늘어선 1층짜리 주택 중 가운데 집이
그 지역에서는 '저주받은 집'으로 상당히 유명했다.
거기 살았던 사람은 과거 삼대에 걸쳐서 불행이 닥쳤다.

1대, 2대의 운명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3대째 살았던 사람들은 아버지가 행방불명,
어머니가 정신병원 입원, 아들이 교통사고로
가정파괴 상태가 된 것이다.

10년쯤 전에, 니혼테레비 심야프로그램
'11PM' 취재반이 그 집에 들어갔다.
많은 구경꾼이 북적대는 속에서
게스트로 초청받은 승려가 차에서 내렸다.

아마도 스님이 그 집의 심령 수수께끼를 풀고
염불로 영(霊)을 내쫓는다는 기획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스님은 집에 들어가려던 순간,
"아, 이건 내 힘으로 될 일이 아니다. "
하더니 휙 돌아서서 다시 차를 탔다.

"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하고
당황한 스탭이 스님을 설득했지만
스님은 단 한 마디,
"나보다 더 덕망이 높은 스님을 부르세요" 하고는
그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국 그날 촬영한 것은 방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은 그 집들이 세 채 모두 완전히 다른 건물로 바뀌어서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는 흔적도 없다.
다만, 그 무화과 나무만은 아직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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