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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88화. 바닷가의 불덩어리

어떤 친구 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 사람이 아직 어렸을 때,
어느 여름날 해질녘에 근처의 해변에서 놀다가
새빨갛고 둥근 것이 모래밭 가장자리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큰 일장기라도 꽂아놨나 했다고 한다.
한참 놀다가 다시 그 일장기같은 것을 봤더니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떠 있었다.

모래성을 쌓으면서 놀다 보니 주위는 점점 더 어두워졌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새빨간 것에 눈길을 주자
빙글빙글 윈을 그리듯이 돌기 시작했다.

구체(球体)인지 납작한 동그라미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새빨간 것이 암흑 속에서 마치 불타는 것처럼
주변의 나무들이 그 빛에 비쳐 빨갛게 보이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저게 뭘까? '
궁금해서 그 새빨간 것에 접근하다가 7~8미터 거리에서 멈췄다.
새빨갛고 둥근 것은 직경 1미터쯤 되는 거대한 붉은 구슬이었는데
공중에 떠서 천천히 원을 그리고 있었다.

빨간 빛이 비치는 부근을 봤더니,
집이 불에 타서 무너진 흔적이 옆에 보였다.
그곳은 작년 여름에 화재가 나서 일가족 네 명이 타죽은 자리였다.

그 사건이 떠오르자 등에 한기가 끼쳐서
아직 빙글빙글 도는 붉은 것을 뒤로 하고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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