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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90화. 그녀의 무덤
우리가 열심히 학생영화를 찍던 시절,
영화에 출연해 준 중년 남자배우가
술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영화 촬영으로 교토(京都)에 갔을 때 일이다.
비가 와서 촬영이 중지되고 하루 시간이 비어서
혼자서 교토 교외의 가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교토의 단풍을 즐기면서
그는 문득 어떤 여성을 떠올렸다.
그녀와 서로 깊이 사랑했지만
부모의 반대를 이겨낼 수 없어서 맺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꽤 된 옛날 이야기다.
왜 갑자기 그녀가 생각났을까.
그렇다. 교토는 그녀가 태어난 고향이었다.
지금 그녀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 것일까.
분명히 누군가의 좋은 부인이 되어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감상에 잠겼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자기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주위는 잡목림이었고 좁은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여기가 어딜까 생각했지만, 저 앞에서 무엇인가가 기다릴 것 같은 느낌에
그대로 계속 길을 걸었다.
금방 묘지가 보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묘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환상인지, 우연인지 그곳에는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성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헤어지고 얼마 안 있어서 독신으로 죽었다는 것인가.
가까운 곳에서 들꽃을 꺾어 무덤에 바치고 손을 합장했다.
그는 그녀에게 마음 속으로 말했다.
너는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주었어.
그리고 나를 여기로 불렀구나.
정말 너한테 못할 짓을 했다…….
그리고 염불을 하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 것이다.
촬영이 끝나고 교토를 떠나기 전날,
한번 더 그 무덤에 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길이 기억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러 번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그 묘지에 갈 수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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