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98화. 백물어(百物語)를 한 학생
대학생 20명이 밤새도록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던 길에
누군가가 기괴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이 멤버로 다시 모여서 '백물어'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이튿날, 그 제안을 했던 O군이 즉시 준비를 해서
날짜와 시간, 장소가 결정되었다.
장소는 교토(京都)의 케이후쿠(京福)전철 선로변에 있는 M사(寺).
20명의 동지들은 모두 참가할 의사를 O군에게 전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나 과제 마감, 집안사정 등의 이유로
급한 일이 생기는 사람이 속출해서 13명이 취소하고
결국 당일에는 7명이 '백물어'를 하게 된 것이었다.
당일, 한큐(阪急)전철 우메다(梅田)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까지 나온 사람은 제안을 했던 교토대 학생 O군,
그리고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오사카 예술대 학생 K군과 N군,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
"어제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다들 온다고 했는데…… 한번 더 전화해 볼게. "
그렇게 말하면서 O군은 공중전화로 향했다.
네 사람 중 한 명은 전화를 받았지만 급한 일이 생겨서 안된다고 했다.
나머지 세 명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약속시간은 벌써 한참 지났다.
"절에 말해놓은 시간보다 너무 늦어지면 안되니까
나중에 절에 곧바로 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일단 우리 셋이서만 갈까? "
그리하여 세 사람만 한큐전철 특급을 탔다.
스무 명 예정이었던 것이 세 명.
이것이 불길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전철 안에서 표 검사를 했는데 N군의 표가 없었다.
분명히 재킷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바보 아니야? 나처럼 표는 반드시 지갑에 넣는 습관을 들여. "
K군이 N군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N군은 차장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승차권을 다시 구입했다.
시죠오오미야(四条大宮)역 개찰구에서
이번에는 K군의 표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분명히 지갑에 넣었는데……. "
윗옷, 바지, 모든 주머니를 뒤져 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메다 역에서부터 타고 온 요금을
개찰구에서 정산하고 나왔다.
이것이 두번째로 생긴 이상한 일이었다.
M사라는 큰 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O군이 무슨 명목을 붙여서 이야기를 해놨는지
절에서 마중을 나와서 안에까지 안내해 주었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옅은 어둠이 깔린 복도.
그 복도 양쪽에는 창호지문이 쭉 이어져 있고
창호지문 안에는 똑같은 면적 - 다다미 8장 - 의 방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일행 세 명은 그 중의 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방 삼면이 창호지문.
양 옆의 창호지문은 열려 있었다.
열린 창호지문으로 보이는 옆방도 같은 면적이었다.
옆방의 옆방도 면적이 같았다.
그날 밤 손님은 그들 뿐이었는지
끝까지 보이는 방들에는 불빛이 없고
기분나쁜 서늘한 바람이 안에서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면은 창호지문이 닫혀 있었고
창호지문 밖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서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울창한 대(竹)숲 같았다.
"문 닫을까…….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 옆으로 열린 창호지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임 주제인 이상한 이야기,
기괴한 이야기를 아침까지 계속 한 것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듯 이야기를 하고 또 했지만
실제로는 이야기 갯수가 50가지도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날이 밝은 뒤였다.
어두웠을 때는 어쩐지 으스스했던 주변 풍경도 잘 보였고,
결국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한큐전철 특급을 탔다.
"아아, 어젯밤에는 무섭더라. 그래도 아무것도 안 나왔지.
뭐 이상한 게 나오려나 하고 기대했는데. "
"뭐, 그런 이상한 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
"그래도 어젯밤에 했던 이야기는 무서웠어. "
간밤에 은밀히 무엇인가를 기대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런데 있잖아……. "
O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 이상한 일이 딱 하나 있었어. "
"뭔데?"
"너희들은 몰랐냐? 옆방이랑 연결된 문 말이야…….
무심코 보니까 약간 열렸더라고.
거기서 꼭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꼭 닫아 놨는데
다시 보면 또 문이 열려 있었어.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다……. 그런 생각은 했는데
너희들은 둘 다 몰랐어? "
"아니, 사실은 나도 봤는데 내 착각인 것 같아서
지금까지 말 안하고 있었던 거야.
얘기하다가 갑자기 내가 고개를 스으윽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너 혹시 기억나냐? "
K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가끔씩 천장 쪽을 쳐다보고 그랬지. "
"나, 네 그림자를 보고 있었어.
내 정면에 네가 앉아 있었잖아.
전등불 때문에 네 뒤에 그림자가 생겼는데
그 그림자가 가끔씩 두 개가 되는 거야.
둘 중 하나가 점점 커져서 오오뉴도※처럼 쭉쭉 늘어나서는
뒤쪽 창호지문에서 천장까지 올라가더라고.
내가 너랑 정면으로 앉아 있었으니까 나한테는 그게 보였거든.
그래서 내 눈이 그림자를 좇아서 천장까지 가면
그림자가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원래 자리에 가 있어.
그런데 좀 있으면 똑같은 일이 또 생기는 거야…….
너댓 번쯤 그랬을 거야.
내 착각이었을 거라고 부정했는데, 역시 그건……. "
※오오뉴도(大入道) : '노비아가리' 참조.
"사실은 나도……. "
이번에는 N군이었다.
"내 정면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잖아.
문 밖의 대나무가 흔들리는 게 달빛 때문에 창호지에 비쳤는데
그 문 바로 밖에 있는 커튼도 똑같이 펄럭거렸거든.
아니, 처음에는 커튼인 줄 알았는데 창호지 문에 무슨 커튼을 치냐?
달리 생각할 방법이 없으니까 누가 수건이라도 널어놨을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아침에 그 문을 열어 보니까
대숲은 있는데 커튼도 수건도 없는 거야.
수건을 널어놓을 만한 장소조차도 없었어.
그럼 어제 밤새도록 펄럭거린 건 도대체 뭘까? "
아무것도 안 나오기는 커녕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기괴한 것을 본 것이었다.
단지 자기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첫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98화. 백물어(百物語)를 한 학생
대학생 20명이 밤새도록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던 길에
누군가가 기괴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이 멤버로 다시 모여서 '백물어'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이튿날, 그 제안을 했던 O군이 즉시 준비를 해서
날짜와 시간, 장소가 결정되었다.
장소는 교토(京都)의 케이후쿠(京福)전철 선로변에 있는 M사(寺).
20명의 동지들은 모두 참가할 의사를 O군에게 전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나 과제 마감, 집안사정 등의 이유로
급한 일이 생기는 사람이 속출해서 13명이 취소하고
결국 당일에는 7명이 '백물어'를 하게 된 것이었다.
당일, 한큐(阪急)전철 우메다(梅田)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까지 나온 사람은 제안을 했던 교토대 학생 O군,
그리고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 준 오사카 예술대 학생 K군과 N군,
이렇게 세 사람 뿐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
"어제 전화로 확인했을 때는 다들 온다고 했는데…… 한번 더 전화해 볼게. "
그렇게 말하면서 O군은 공중전화로 향했다.
네 사람 중 한 명은 전화를 받았지만 급한 일이 생겨서 안된다고 했다.
나머지 세 명은 조금 더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약속시간은 벌써 한참 지났다.
"절에 말해놓은 시간보다 너무 늦어지면 안되니까
나중에 절에 곧바로 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일단 우리 셋이서만 갈까? "
그리하여 세 사람만 한큐전철 특급을 탔다.
스무 명 예정이었던 것이 세 명.
이것이 불길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전철 안에서 표 검사를 했는데 N군의 표가 없었다.
분명히 재킷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놨는데.
"바보 아니야? 나처럼 표는 반드시 지갑에 넣는 습관을 들여. "
K군이 N군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N군은 차장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승차권을 다시 구입했다.
시죠오오미야(四条大宮)역 개찰구에서
이번에는 K군의 표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분명히 지갑에 넣었는데……. "
윗옷, 바지, 모든 주머니를 뒤져 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메다 역에서부터 타고 온 요금을
개찰구에서 정산하고 나왔다.
이것이 두번째로 생긴 이상한 일이었다.
M사라는 큰 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O군이 무슨 명목을 붙여서 이야기를 해놨는지
절에서 마중을 나와서 안에까지 안내해 주었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옅은 어둠이 깔린 복도.
그 복도 양쪽에는 창호지문이 쭉 이어져 있고
창호지문 안에는 똑같은 면적 - 다다미 8장 - 의 방들이 있는 것 같았다.
일행 세 명은 그 중의 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방 삼면이 창호지문.
양 옆의 창호지문은 열려 있었다.
열린 창호지문으로 보이는 옆방도 같은 면적이었다.
옆방의 옆방도 면적이 같았다.
그날 밤 손님은 그들 뿐이었는지
끝까지 보이는 방들에는 불빛이 없고
기분나쁜 서늘한 바람이 안에서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면은 창호지문이 닫혀 있었고
창호지문 밖은 이미 칠흑같이 어두워서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울창한 대(竹)숲 같았다.
"문 닫을까…….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 옆으로 열린 창호지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임 주제인 이상한 이야기,
기괴한 이야기를 아침까지 계속 한 것이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듯 이야기를 하고 또 했지만
실제로는 이야기 갯수가 50가지도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날이 밝은 뒤였다.
어두웠을 때는 어쩐지 으스스했던 주변 풍경도 잘 보였고,
결국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는 한큐전철 특급을 탔다.
"아아, 어젯밤에는 무섭더라. 그래도 아무것도 안 나왔지.
뭐 이상한 게 나오려나 하고 기대했는데. "
"뭐, 그런 이상한 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
"그래도 어젯밤에 했던 이야기는 무서웠어. "
간밤에 은밀히 무엇인가를 기대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런데 있잖아……. "
O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나, 이상한 일이 딱 하나 있었어. "
"뭔데?"
"너희들은 몰랐냐? 옆방이랑 연결된 문 말이야…….
무심코 보니까 약간 열렸더라고.
거기서 꼭 누가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화장실에 갈 때마다 꼭 닫아 놨는데
다시 보면 또 문이 열려 있었어.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다……. 그런 생각은 했는데
너희들은 둘 다 몰랐어? "
"아니, 사실은 나도 봤는데 내 착각인 것 같아서
지금까지 말 안하고 있었던 거야.
얘기하다가 갑자기 내가 고개를 스으윽 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너 혹시 기억나냐? "
K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가끔씩 천장 쪽을 쳐다보고 그랬지. "
"나, 네 그림자를 보고 있었어.
내 정면에 네가 앉아 있었잖아.
전등불 때문에 네 뒤에 그림자가 생겼는데
그 그림자가 가끔씩 두 개가 되는 거야.
둘 중 하나가 점점 커져서 오오뉴도※처럼 쭉쭉 늘어나서는
뒤쪽 창호지문에서 천장까지 올라가더라고.
내가 너랑 정면으로 앉아 있었으니까 나한테는 그게 보였거든.
그래서 내 눈이 그림자를 좇아서 천장까지 가면
그림자가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원래 자리에 가 있어.
그런데 좀 있으면 똑같은 일이 또 생기는 거야…….
너댓 번쯤 그랬을 거야.
내 착각이었을 거라고 부정했는데, 역시 그건……. "
※오오뉴도(大入道) : '노비아가리' 참조.
"사실은 나도……. "
이번에는 N군이었다.
"내 정면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잖아.
문 밖의 대나무가 흔들리는 게 달빛 때문에 창호지에 비쳤는데
그 문 바로 밖에 있는 커튼도 똑같이 펄럭거렸거든.
아니, 처음에는 커튼인 줄 알았는데 창호지 문에 무슨 커튼을 치냐?
달리 생각할 방법이 없으니까 누가 수건이라도 널어놨을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아침에 그 문을 열어 보니까
대숲은 있는데 커튼도 수건도 없는 거야.
수건을 널어놓을 만한 장소조차도 없었어.
그럼 어제 밤새도록 펄럭거린 건 도대체 뭘까? "
아무것도 안 나오기는 커녕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기괴한 것을 본 것이었다.
단지 자기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링크
- Amnesty Diary: 앰네스티 일기
- The Obakemono Project
- UN세계식량계획 기아퇴치
- VK's Epitaph ; 괴담의 중심
- chemath님의 블로그 (방사능 정보)
- ぬまゆのブログ (후쿠시마현 거주자 블로그)
-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 괴기과학도시전설
- 괴담(怪談)MANIA
- 괴담천국 - 리라하우스 제 4별관
- 괴이공간
- 너희가 공포를 아느냐!
- 눈 깜짝할 사이 (방사능 정보. 운영중단)
-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 옛이야기의 힘!
- 우리말 다듬기
- 우리말 배움터
- 일본 괴이·요괴전승 데이터베이스
-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 전파만세 - 리라하우스 제 3별관
- 초강력 앞서가는 28세기 소년
- 파업채널M
-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TAG
- 타운UCC
- 어린이
- 아파트
- 남성
- 길
- 괴담 신이대
- 소녀
- 자동차
- 산
- 괴담
- 타운공감
- 소리
- 일본괴담
- 괴담 신미미부쿠로
- 실화
- 괴담실화
- 여성
- 방
- 여행
- 신미미
- 괴담신미미부쿠로
- 신미미부쿠로
- 실화괴담
- 촬영
- 신이대
- 괴담신이대
- 요괴
- 도로
- 목소리
- 집
- Total
- Today
- Yesterday
05-24 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