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두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2화. 백사(白蛇)의 사당

내 고향에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산성(山城)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신미미부쿠로' 첫번째 밤에서 소개했다.
※링크 : 신미미부쿠로 첫번째 밤 제53화 고사진(古寫眞)

쇼와(昭和) 7년(1932년), 오오모토(大本)교 교주
데구치 오니사부로(出口王仁三郞)와 함께
무사 유령이 사진에 찍혔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이 산성터에 영화 로케팀이 왔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형 영화를 찍는다며
돌담밖에 없는 성터에 큰 성 세트장을 지어서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카메라 애호가들은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되살아난
이 성의 천수각(※天守閣 : 성에서 가장 높은 망대)을
필름에 담으려고 여러 장소에 진을 쳤다.

영화 촬영기간 중에는
케이쵸(慶長) 5년(1600년)에 폐성(廢城)되었던
진짜 성이 그 영광을 되찾은 양 들뜬 분위기였다.

오카야마(岡山)에서 온 T씨라는 중년 카메라 애호가가
카나시야마(悲山)라는 산에 올랐다.
그곳에서 산성을 바라보니, 거의 같은 높이에서
전경(全景)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앵글이었다.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에 여관을 나와서
전날에 체크해 둔 장소에 삼각대를 세워놓고 기다렸다.
그러자 뿌연 아침안개가 소용돌이치는 운해(雲海)에 천수각이 나타났다.

이때다 하고 셔터를 눌러댄 T씨는 원했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산을 내려가던 길에 T씨는
오솔길에서 백사(白蛇) 두 마리와 마주쳤다.
백사들은 길가에 있는 바위 표면을 꿈틀꿈틀 기어가고 있었다.

색깔이 너무나도 새하얘서 신성한 느낌마저 들어
T씨는 문득 이 뱀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서 뱀을 향해 셔터를 세 번 눌렀다.

그 사진을 T씨가 직접 현상했을 때 생긴 일이다.
뱀을 찍은 사진 세 장 모두 뱀이 찍히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한 장에만 기억에 없는 것이 찍혀 있었다.
바위 위에 작은 사당이 두 개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거의 같은 앵글에서 찍은 다른 필름에는 그 사당이 찍히지 않았다.

T씨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신경이 쓰여서
며칠 후에 다시 그곳에 가봤지만
그 바위는 있어도 사당은 흔적조차 없었다고 한다.

T씨는 마음에 걸려서 그 지역 사람들에게 말해 봤더니
그 산은 성이 함락당했을 때 성주의 딸, 다시 말해 공주가 도망쳐서 숨었던 산인데
거기서 공주는 성이 함락된 것을 탄식하며 슬퍼하다가
흰 뱀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 산은 카나시야마(※悲山 : 슬픈 산)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 사당이 찍힌 사진은 T씨 집의 카미다나※에 바쳤다고 한다.
(※카미다나(神棚) : 집 안에 신위(神位)를 모셔두고 제사 지내는 선반)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