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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두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화. 뱀 허물

F씨라는 음악가가 몇 년 전에 음악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러나 한동안 일거리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말이죠, 어느 날 이런 일이 있었어요. "
라고 F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가을날, F씨는 나라(奈良)현의 츄구지(中宮寺) 절에 갔다.
참배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등 뒤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F씨는 어째서인지 그 소리를 낸 것이 뱀이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니 생각대로 큰 시마헤비(※산무애뱀의 일종인 일본뱀)가 있었다.
뱀은 머리를 빳빳이 들고 F씨를 지그시 보고 있었다.
아니, F씨는 '눈이 마주쳤다'고 표현했다.

"그 뱀은 동물적인 느낌이 아니었어요.
'너, 잘 왔구나. 내가 널 보고 있겠다'
뱀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

F씨는 그 상황을 그렇게 설명했다.

어쨌든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혀 뱀에게 작별을 고하고
F씨는 츄구지를 떠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7일, F씨는 다시 츄구지에 참배를 갔다.

'한겨울이니까 그 뱀은 겨울잠을 자겠지.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츄구지에서 나왔을 때,
문득 옆에 있던 울타리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울타리 너머에 뱀 허물이 있었다.

'아, 저건 작년 가을에 고개를 들고 있던 그 뱀이야! '

뱀 한 마리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뱀 허물.
전혀 일그러지지도 않았고, 찢어지지도 않았다.
그 시마헤비 뱀이 거기 그대로 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걸 가져가라. "
라는 목소리가 어디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들려왔다.
F씨는 그 뱀 허물을 소중하게 가져와서
카미다나(※神棚:집 안에 신위를 모셔두고 제사 지내는 선반)에 바쳤다.

그 다음날부터 F씨 사무소에 엄청난 양으로 일거리가 밀려들고
창작활동도 지금까지 없었던 영감이 떠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운이 좋았겠지' 라거나 못된 마음을 먹고 일하면
갑자기 일이 안 풀리게 되더라고요. "

그렇게 말하며 F씨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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