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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두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9화. 움켜쥔 것

몇년 전 여름, T씨가 치바(千葉)의 쿠쥬쿠리(九十九里) 해변에서
친구와 함께 캠핑을 했을 때 일이다.

한밤중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밤에 바다에서 수영하면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몇 명이 바다에 들어갔다.

한참 수영을 하다가, 바닥에 발이 닿는 얕은 곳에서
갑자기 뭔가가 T씨의 발목을 꽉 잡았다.

"앗! "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손으로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쭉쭉 잡아당기며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그 힘에 저항하여
필사적으로 모래밭에 올라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아지경이 되어 발버둥을 치는데
T씨의 손에 무엇인가가 닿았다.

그것을 움켜쥔 순간, '이제 살았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그 감촉은 목욕탕의 탕 둘레 돌을 잡았을 때처럼 단단했는데
그 순간, 바다 밑…… 아니, 땅 속일지도 모르는 곳에서 잡아당기던 뭔가에게서 풀려나
모래밭까지 스으윽―하고 마치 이끌리듯이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겨우겨우 모래밭에 올라가서 친구들 곁에 갔는데
"너, 손에 든 게 뭐야!? "
라고 친구들이 소리쳤다.

그 말에 정신이 들어서, 손에 쥔 것을 봤더니
무덤에 세워놓는 나무판※이었다.

(※卒塔婆 sotoba:추선 공양을 위하여 무덤 뒤에 세우는,
위를 탑 모양으로 꾸민 좁고 긴 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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