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괴담번역

ⓧ괴담 신미미부쿠로 - 순례자

백작하녀 2009. 4. 21. 18:36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2화. 순례자

S씨라는 여성은 니이가타(新潟)현 출신이다.
그 S씨가 어렸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소꿉친구 집 앞에 좁은 외길이 있었다.
논두렁길로 이어지는 길이었는데
그 외에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다.

어느 여름 해질녘, 그 길로 순례자가 아이를 데리고 지나갔다.
딸랑― 하고 방울을 울리며 걸어갔다.

다음날에도 같은 시각에 그 순례자가 아이를 데리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같은 시각에…….

그 순례자가 나타나는 것이 기묘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논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딸랑― 하고 방울 소리가 난다.
고개를 들면 그 순례자가 걸어가고 있고,
눈을 떼면 사라지고 없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그 순례자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외길은 지방도로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지방도로에서 그 순례자를 본 사람은 없었고
순례자가 외길을 지나 어디로 갔는지 본 사람도 없었다.

문득 보면 순례자가 소꿉친구 집 앞을 걸어가고,
그 외의 장소에서 목격된 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S씨의 소꿉친구인 남자아이는 집 앞을 지나가는 그 순례자에게
한번 말을 걸어 보려다가
"이놈, 말 시키면 안된다" 라고 가족에게 따끔하게 혼났다고 한다.

그 순례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것.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그 순례자가 누구일까 하고
굉장히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곳은 40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마을이라서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는 민감했는데도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그 순례자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순례자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혼을 냈다고 한다.

확실히 S씨는 그 순례자를 본 것이 그해 여름 뿐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순례자와 아이가 도대체 누구며, 어디로 가려고 한 것인지
아직도 전혀 모르는 채로 남아있다고 한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