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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18화. 큰 소나무

S씨의 집 정원은, 옆집인 절에 딸린 묘지와 맞닿아 있다.
그 절의 묘지에는 큰 소나무가 있었는데
어느샌가 그 소나무 가지가 담을 넘어 자라서 S씨네 정원까지 들어왔다.

어느 날, S씨가 툇마루에서 낮잠을 자다가 기묘한 꿈을 꿨다.

꿈 속에서 S씨는 정원에 서서 소나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소나무 꼭대기에 웬 여인이 두 팔을 한껏 뻗고 서 있었는데
흰색 얇은 옷을 입어서 그것이 바람에 펄럭펄럭 날렸다.

여자의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끼히히히히힛' 하고 큰 소리로 웃는가 싶더니
발이 나뭇가지에서 쑥 떨어졌다.

그 여자가 S씨를 향해 옷자락을 휘날리며 떨어졌다.
떨어지는 동안, 그 여자는 계속 S씨에게서 눈을 떼지 않다가
쿵! 하고 곁에 떨어졌다.

S씨의 발 밑에는 여자가 피를 흘리며 눈을 뜬 채로 쓰러져 있었다.

놀라서 잠이 깬 S씨가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조용한 오후였다.
'아, 꿈이었구나. '
하지만 아무래도 그 꿈이 마음에 걸렸다.
또, 그 여자의 영상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아직도 발 밑에 여자가 쓰러져 있는 듯한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 꿈은 무슨 뜻이 있어. '
그렇게 생각한 S씨는 그날 안에 이웃 절에 가서 주지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주지스님은 깜짝 놀라며
"그런 꿈을 꾸셨습니까……. "
그 말을 남기고, 한참 동안 조용히 눈을 감고 두 손을 합장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사실, 그 소나무 말이지요. 곧 베어서 없애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주차장을 확장할까 해서요.
그러니 분명 소나무가 자기를 베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S씨의 꿈에 나온 겁니다.
그렇군요……. 소나무 일은 다시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 뒤로 한동안 소나무가 그대로 있어서 S씨는
'주지스님이 결국 소나무 베는 걸 포기하셨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보니 소나무가 없었다.
끝내 그 소나무를 베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이웃 절에 새 주지스님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S씨는 집안의 모든 제사를 그 절에 맡기고 있었으니만큼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믿어지지 않았는데
이튿날 새 주지스님이 인사하러 왔다.

"예전 주지스님은 어떻게 되셨는지요? "
S씨가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고 말을 돌리기만 했다고 한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지만
소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그루터기만 남아 있고
어째서인지 아직도 주차장 확장공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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