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0화. 산책하는 머리

W씨라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교토(京都) 사가노(嵯峨野)에 관광을 갔을 때 일이다.

저택의 긴 담을 따라 길이 있었다.
그 길을 W씨 혼자서 산책하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였고, 맑게 갠 가을날이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무심코 돌아봤다.

담 꼭대기에 얹힌 기왓장 위에 머리가 떠 있었다.
그 머리가 담을 따라 W씨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니, W씨는 머리가 자기에게 날아오는 게 아니라
자기처럼 산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머리는 남자였는데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날아오는 모습이 수평으로 스윽 움직이기보다는
아래위로 폴짝폴짝 흔들리고 있어서
정말 걸어가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다가 그 머리는 천천히 W씨를 앞질렀다.
왠지 W씨는 그것이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이상한 호기심이 솟아올랐다.

머리는 담 위의 기와지붕을 따라 직선으로 진행했는데
그 앞에서 담이 L자 모양으로 왼쪽으로 꺾였다.

'머리가 담을 따라 직각으로 왼쪽으로 갈까,
아니면 그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길을 건너
건너편 집들 사이로 들어갈까? '
W씨는 그게 궁금했던 것이다.

보아하니, 머리는 폴짝폴짝 날아서 금세 담 모퉁이까지 가서는
홱 기울어져 담벼락 안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툭 소리도, 바스락 소리도 나지 않았다.

W씨는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너덜너덜하게 썩은 낡아빠진 나무문을 발견했다.
손을 대 보니 끼익 하고 열리기에 안을 들여다봤다.
아무도 없는 저택인지
낙엽이며 잡초며 대나무가 자라서 울창한 마당이 담 안에 있었다.

떨어진 머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보다
떨어질 때 소리가 나지 않은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