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번역이므로
저작권 문제 발생시 삭제합니다.


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1화. 오래 전화하는 여자

예전에 우리(※키하라, 나카야마)는
산과 밭과 고분(古墳)에 둘러싸인 예술대학에 다녔다.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20년쯤 전에는
학교 주변에 학생 아파트와 몇 채 안되는 주택밖에 없어서
밤이 되면 여기저기에 칠흑같은 어둠이 깔렸다.
코를 베어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만한 암흑이었다.

그곳에 있는 학생아파트에 후배 M군이 살고 있었다.
밤 10시를 넘긴 늦은 귀가길.
아파트를 향해 어두운 길을 터벅터벅 혼자 걷고 있노라니
아파트 앞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 불빛이 보였다.
더 걸어가 보니, 그 전화박스 앞에
옆방에 사는 D군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전화박스 안에는 아무도 없어서
'쟤 뭐하는 거야?' 라고 혼자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D군은 전화를 쓰려고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M군은 전화박스와 D군을 곁눈질로 보며 그대로 아파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공동 세면장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D군이 돌아왔다.

"그 여자, 전화 참 더럽게 오래 쓰네. 작작 좀 하지. "
D군은 몹시 짜증이 났는지 투덜거렸다.

"아, 역시 전화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
"그래. 그 여자가 30분도 더 통화를 하는 거야.
열받아서 전화박스 콱 걷어차고 왔어. "
라고 말하며 콧김을 씩씩대는 D군.

"아니, 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거기 아무도 없었어. "
"뭔 소리야? "
D군이 되물었다.

"그러니까 빈 전화박스 앞에서 네가 계속 기다렸다고. "
"뭐!? 무슨 소리야? 분명히 있었잖아. 머리 길고 청바지 입은 여자! "

"아니, 진짜 전화박스 안에 아무도 없었다니까.
무엇보다 이 시간에 여자애가, 뭐 전화 못 하라는 법은 없지만
주변에 남자 기숙사밖에 없는 그런 어두컴컴한 전화박스에
여자애가 혼자 있는 게 안 이상하냐?
그리고 네가 전화박스를 찼다면서. 그때 그 여자가 어떻게 했어? "
라고 M군이 묻자,

"그러고 보니까 깜짝 놀라든지 미안하다든지 그런 반응이 없었어.
계속 등 돌리고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만 하고 있었지. "
그제서야 D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05-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