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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3화. 유령 터널

I씨는 도쿄 출신이다.
그러나 아오모리(青森)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서 하치노헤(八戸)에 살고 있다.
추석이 되면 도쿄에서 온 학생 몇 명이 모여서
왜건(wagon)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I씨는 1학년 때 처음 그 귀성 모임에 참가했다.
밤 12시쯤에 출발하면 아침 8시에는 도쿄에 도착한다고 한다.
운전을 한 사람은 4학년 K씨, 조수석에는 3학년 F씨,
I씨는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탄 총 인원은 남녀 6명이었다.

밤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출발했는데, K씨가
"그냥 고속도로로 가면 재미없지. 다른 데 좀 들렀다 갈까? "
라고 말했다. 한여름(※일본 추석은 양력 8월 15일) 밤이고 해서,
때마침 차 안에서 무서운 이야기로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참이라
누가 "그럼 그 유령 터널에 가 보자" 라고 말을 꺼냈다.
"좋지. 좀 멀리 돌아가긴 하는데, 가 볼까? "
K씨가 그렇게 말하며 핸들을 꺾었다.

터널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그 동안 무서운 얘깃거리도 다 떨어져서 다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깨어 있는 사람은 K씨와 F씨, 그리고
1학년이어서 차마 잠을 못 자고 필사적으로 졸음을 쫓던 I씨,
이렇게 세 명밖에 없었다.

"야, 저기다, 저기. "
앞쪽을 보니 터널이 있었다.
I씨가 '아, 저게 유령 터널이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차가 그대로 터널에 들어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엔진 소리가 터널 벽에 반사되어 울렸다.
그때.

"악!" 하는 목소리가 앞자리에서 터졌다.

조수석에 있던 F씨가 새파랗게 질려서
"야, 일어나! 일어나 봐!" 라고 다른 사람들을 깨웠다.
"왜 그래요? 도착했어요? "
뒷좌석에 있던 여자애들이 일어났다.

"이거이거이거! "
이성을 잃은 K씨가 운전석의 발 쪽을 가리켰다.
조수석에 앉은 F씨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지
그저 K씨의 발을 보고 있었다.

"뭐지? "
운전석 뒤에 있던 여자애가 K씨의 발 쪽을 보았다.
"아……. "
여학생은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고 말았다.

"저게 뭐야―――!!! "
비명이 울려퍼졌다.
게다가 점점 더 차의 속도가 올라갔다.

정신을 차린 F씨가 어찌어찌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고
다른 선배가 운전석에 비집고 들어갔다.
차가 끼기긱―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그 순간,
"으아아아악―"
모두 다 굴러떨어지듯 허둥지둥 차에서 뛰어내렸다.

사실, 제일 뒷자리에 있던 I씨는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선배들을 보고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모두 정신없이 차에서 내리길래 영문도 모르고 같이 내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
"차 안에! "
허둥대던 선배가 I씨의 질문에 차 운전석을 가리켰다.

I씨는 조심조심 차에 다가갔다.
차 안에서 K씨는 핸들을 붙잡은 채 넋을 놓고 있었다.
F씨와 선배들이 K씨의 뺨을 몇 번 때려서 정신이 들게 했다.
그때 처음으로 I씨는 운전석에서 생긴 일을 듣게 되었다.

운전석 바닥에서 새하얀 팔 두 개가 나와서
팔 하나는 액셀을 밟은 K씨의 발목을 꽉 잡아당기고
다른 팔 하나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K씨의 발을 끌어올려 브레이크를 못 밟게 했다.

그래서 F씨가 놀라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고
다른 선배 한 명이 옆에서 발을 집어넣어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K씨는 한참 지나서 겨우 진정되었지만
핏기가 돌아오지 않은 얼굴로
"아직도 다리가 아파" 하며 청바지를 걷어올려 발목을 봤다.

발목에는 손자국이 붉은 멍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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