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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4장 - 건물에 얽힌 열세 가지 이야기

내가 처음 상경(上京)해서 아파트를 보러 다녔을 때 일이다.
부동산에서 소개해 준 아사가야(阿佐ヶ谷)의 아파트를 보러 갔다.
그 집 현관에 소금이 한 움큼 쌓여 있었다.
또, 안에 들어가 보니 다다미 6장짜리 방 중앙에
물이 담긴 컵이 놓여 있었다.

……느낌이 안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방 분위기가 가볍고 깨끗해서 좋은 인상이 강했고
결국 그 아파트를 계약하기로 했다.

이사한 뒤, 집 주인에게 소금과 물컵에 대해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아파트 방에는, 전에 살던 사람이 나가면서
여러 가지를 남겨두고 간답니다.
손때, 옷걸이, 못 같은 거지요.
그런데 웬만해서는 안 빠지는 게 냄새와 '감정'입니다. "

―――'감정'이라고요?

"그래요. 분노, 슬픔, 울분, 그런 게 얼룩처럼 집에 남아요. 진짜로요.
그래서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2주 정도 매일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소금과 물로 정화한 다음에 하루에 한 번씩 반야심경을 읽어서 '감정'을 빼 줘요. "

―――혹시 그 '감정'이 안 빠지면 어떻게 되나요?

"쌓입니다. 그게 많이 모이면 큰일나지요. 뭐가 나오거나 누가 나오거나……. "

사람이 집을 떠나도 남는 '것'이란……
건물 속에 남은 '것'들과의 열세 가지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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