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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6화. 부적 세 장

M군이라는 청년이 개그맨 K씨의 제자가 되기 위해 면접을 봤다.
제자로 합격한 M군은 부모님이 사는 나라(奈良)를 떠나
오사카의 스미요시구에 원룸 아파트를 빌려 개그맨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방 양쪽 끝에 부적이 붙어 있는 것과
이상하게 싼 월세.

하지만 그 아파트에는 선배뻘인 젊은 개그맨들도 몇 명 살고 있어서
M군은 주저 없이 입주를 결정했던 것이다.

어느 날 한밤중, 쿵쿵쿵 하고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M군은 잠이 깼다.
열어 보니 옆방에 사는 친구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화를 내고 있었다.
"너, 작작 좀 해라! 지금 몇 신지 알아? "
잠이 덜 깬 M군은 상황을 잘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오밤중에 헤비메탈을 쾅쾅 틀어놓으니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 "
라고 옆방 친구는 숨도 쉬지 않고 몰아붙였다.

M군 방에서 볼륨을 최대로 높인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M군은 방금까지 푹 자고 있었다.
"난 지금껏 자고 있었는데……. "
하지만 옆방 사람은 M군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실컷 소리소리 지르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밤, 또 옆방 친구가 M군을 깨웠다.
"야, 적당히 하랬지? 네 방에 온 사람 누구야!? 시끄러워서 잘 수가 있어야지! "
M군은 또 기억에도 없는 일로 욕을 먹었다.
"아니, 아무도 안 왔는데……. "
"아무도 안 왔다고? 그럼 아까 그 목소리는 뭐야? "
버럭버럭 소리친 옆방 사람이 M군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

그 사람 말로는, 벽 너머 M군 방에서
북을 치는 소리와 중국어같은 말을 빨리 하는 소리가
왁작왁작하게 들려왔다고 한다.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항의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옆방 사람이 봐도 M군 방에는
북도 없었고 다른 사람도 전혀 없어서
더 이상 불만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어느 날 밤, M군이 자고 있으려니
또 다시 옆방 친구가 깨웠다.
"야, 이거 좀 들어 봐. "
건네준 것은 카세트 테이프였다.

테이프를 들어 보니, 엄청나게 큰 북소리와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이상한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
"네 방에서 방금까지 난 소리야.
난 한밤중이 되면 자주 이 소리 때문에 잠이 깨. "

그러나 M군은 전혀 그런 기억이 없었다.
애초에 그 소리 자체가 M군의 방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스승님,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M군은 K씨에게 상담을 청했다.
K씨는 그 녹음 테이프를 들어 봤는데
확실히 이상한 말소리와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마어마한 볼륨으로 녹음되어 있었다.
그것을 들으면서 K씨는 왠지 '모란등롱' 같은 괴담을 떠올렸다.

(※ 모란등롱(牡丹灯籠) : '하기와라 신자부로'라는 떠돌이 무사를 사랑하여
상사병으로 죽은 여성 '오츠유'가 자기를 따라 죽은 하녀 '오요네'를 데리고
밤이면 밤마다 모란이 그려진 등불을 들고 신자부로를 찾아간다는 괴담)

"너한테 무슨 재앙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부적을 사다가, 이불 밑에 깔아놓고 자 봐라. "
K씨는 그렇게 조언했다. 그러자,
"저……. 원래 부적이 붙어 있었는데 어떤 부적을 사야 돼요? "
라고 M군이 물었다.
K씨는 근거 없이 대답했다.
"'액막이'로 해. "

스승의 말대로 액막이 부적을 이불 밑에 깔고 잔 그날 밤,
M군은 기묘한 분위기를 느끼고 눈을 떴다.

암흑에 휩싸인 방 안, 다다미 위에서
뭔가 스슥― 스슥― 하고 기어다니는 소리가 났다.
어째서인지 그것이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싹한 공포가 온 몸을 꿰뚫었다.
그러자 이상한 분위기가 확 사라져서 후다닥 방 불을 켰다.





양쪽 벽에 붙어 있던 부적이
위에서부터 뗀 것처럼 아래쪽 끝부분만 붙은 채 뒤집혀서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당황해서 이불 밑에 깔아둔 부적을 확인해 봤는데
이불 밑에는 없었다.
'없어? '
방 안을 둘러보니 액막이 부적은 방 구석에 있었다.

그 순간,
'아, 이사 가야겠다. '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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