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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미부쿠로(新耳袋) - 현대 백물어 - 세번째 밤
키하라 히로카츠, 나카야마 이치로 / 카도카와 문고

제39화. 저기요, 오빠

최근에 생긴 일이다.

교토(京都)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다.
영매사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라고 묻자,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 가게에 무슨 큰 일이 났나봐.
어떻게든 굿을 하고 싶다길래." 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어느 영매사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1시간 뒤, 다시 친구가 전화를 했다.
"고마워. 영매사 선생님이 와 주시기로 했어. "
나는 흥미가 생겨서
"그런데 그 선생님이 무슨 말 안했어?" 라고 물었다.

"그게 있잖아, 선생님이랑 연락이 된 순간에
'당신네 가게, 엄청난 일이 생겼구만.
전화에서 영기(靈氣)가 스멀스멀 뿜어져 나와' 라고 하더래.
그래서 '선생님, 굿 좀……' 했더니 '가기 싫어' 그러더래.
그 정도로 강력한 영기를 느꼈다는 거야.
어떻게 좀 안되겠냐고 애원해서 다음주 일요일에 오시기로 했어. "

물론 나도 동행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요일, 교토시 야마시나(山科)구에 있는 그 가게에 갔다.
작은 의상실이었다.
"그게 나오는 건 2층이에요. 선생님도 벌써 와 계세요. "
종업원이 2층에 안내해 주었다.

계단을 쿵쿵 올라가 보니, 난데없이 주방용 싱크대가 있었다.
2층이 상품을 수납하는 창고처럼 되어 있고,
안쪽에 다다미 4장(※약 6.6평방미터) 정도 면적의 방이 있는데
아무래도 사무실로도 쓰는 것 같았다.
왠지 공간 배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영매사는 그 사무실에 무릎을 꿇고 앉은 점장을 향해
중얼중얼 주문같은 말을 외고 있었다.
이윽고 "이제 괜찮아요. 이만하면 이상한 건 안 나올 거예요. "
라고 말하면서 나왔다.

"여기 땅에 오래 전부터 붙어 있던 여자 영혼이에요.
이 건물 설계도 나쁘네요. 이런 자리에 싱크대가 있는 건 부자연스럽고요.
그래도 뭐, 이제 안 나올 거예요. "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를 해 보았다.

그 가게는 개업한 지 1년 정도 되었다는데
개업 당시부터 손님 몇 명이
"이상한 게 있네" 라든지 "유령이 있어"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한 번은, 가게가 좁으니 옷을 2층에서 입어 보시라며
손님을 2층으로 안내했는데
잠시 후에 손님이 창백한 얼굴로 1층에 내려와서
"여기 무서워요" 라고 했다.
"뭐가요?" 라고 물으니 "유령이 있어요!" 라며 기분나빠했다.

종업원도 묘한 기색을 자주 느꼈다고 한다.
어느 여성 아르바이트생은, 일하면서 계속 2층 싱크대에서
누군가가 그릇을 씻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2층에는 아무도 있을 리 없었고,
하루 종일 씻을 만큼 그릇이 많지도 않았다.
아줌마인지 뭔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남성 종업원은, 2층에서 재고 조사를 하고 1층에 내려가려는 순간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서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온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손님들이 싫어해서, 점장에게 종업원들이 모두
"굿을 하시는 게 좋아요" 라고 말해 봤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점장은 좀처럼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도 곤란하니
점장도 여러 가지로 알아봤다고 한다.

우선, 의상실이 생기기 전에 그 건물에 있었던 가전제품 가게.
지금은 큰 빌딩으로 이전한 그 가전제품 가게에 가서
"전에 그 자리에서 이상한 일 없었어요?" 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우리는 가게가 잘 돼서 더 큰 곳으로 옮긴 거예요.
거기서 장사가 성공했으니까요.
그런 이상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요." 라고 했다.

이웃에도 여러 가지 물어봤다.
거기서 자살하거나 변사(變死)한 사람은 없었는지,
묘지나 연못을 매립했는지, 예전부터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는지.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역시나 유령 같은 건 없어. 인마, 기분 탓이다. "
점장은 점원들의 소문을 덮어놓고 부정했다.

어느 날 밤, 점장이 혼자서 가게에 남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저기요, 오빠. "
중년 여성이 등 뒤에서 말을 걸기에
몸이 저절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
오싹, 등줄기에 오한이 퍼졌다.

"영매사 소개해 줘! "
허겁지겁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 때 들은 목소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중년 여성이었는데,
상당히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결코 환청이나 착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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